대기업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못 하는 것은 사외이사 선임 구조의 한계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 시 재벌 총수와 측근인 사내이사가 참여할 때가 많아 사실상 총수의 직간접적 영향권 안에 있기 때문이다.

16일 재벌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 26곳의 지주회사와 주력 계열사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린 2017년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보면 21곳은 재벌 총수나 그 일가, 혹은 최고경영자(CEO) 등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들어가 있다.

일부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사외이사를 추천한다.

이들 대기업 중 7곳은 재벌 총수가 직접 참여하고 14곳은 총수 자녀 혹은 사내이사인 CEO·임원이 포함돼 있다.

현대자동차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경우 구성원이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3명인데 사내이사는 정몽구 회장과 이원희 사장이다.

GS는 허창수 회장이 해당 위원회 소속이고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과 한국금융지주의 김남구 대표, KCC 정몽진 회장,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OCI 이우현 사장도 재벌 총수가 포함된 경우다.

또 총수 일가인 효성 조현준 회장과 LS 구자열 회장도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때 위원으로 활동한다.

삼성전자(권오현 회장), SK(장동현 사장), LG(하현회 부회장), 롯데지주(황각규 부회장), 신세계(장재영 사장), 아시아나항공(김수천 사장) 등은 대표이사가 포함된 경우다.

이들 역시 재벌 총수가 참여하는 이사회에서 선임한 인물이 대부분이이서 사외이사 후보 추천 시 재벌 총수의 간접적인 영향력이 행사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재벌 총수가 직접 사외이사를 뽑기도 하지만 측근을 통해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행사할 수도 있다. 결국, 경영진에 종속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부 기업은 아예 사외이사를 정해놓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형식적 절차만 밟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총수가 직접 들어가지 않아도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이사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어떤 기업은 회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사외이사를 맡아달라고 이야기한 뒤 헤드헌터 단계부터 절차를 밟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말 그대로 눈 가리고 아웅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점을 고려해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금융회사의 경우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CEO를 배제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기도 했다.

한화와 두산, CJ 등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사외이사 3~4명으로만 구성돼 있다. /연합뉴스



[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

기업집단

 총수

 지주사

계열사
 구성

 위원회 포함 사내이사

삼성
 이재용
 삼성전자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3명
 권오현
현대차
 정몽구
 현대자동차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
 정몽구 이원희
SK
 최태원
 SK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2명
 장동현
LG
 구본무
 LG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2명
 하현회
롯데
 신동빈
 롯데지주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2명
 황각규
GS
 허창수
 GS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2명
 허창수
한화  김승연  한화  사외이사 4명  
현대중공업
 정몽준
 현대중공업
지주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2명
 윤중근
신세계
 이명희
 신세계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
 장재영 김정식
두산  박용곤  두산  사외이사 3명    
한진
 조양호
 대한항공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
 조양호 우기홍
CJ  이재현  CJ  사외이사 4명  
부영  이중근  부영  비상장사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없음
LS
 구자홍
 LS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2명
 구자열
대림
 이준용
 대림산업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2명
 강영국
미래에셋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2명
 김국용
현대백화점

 정지선

 현대백화점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3명
 이동호 박동운
※ 임원후보추천위원회서
추천
영풍
 장형진
 영풍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2명
 이강인
한국투자
금융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
 김남구 이강행
※ 임원후보추천위원회서
추천
금호
아시아나
 박삼구
 아시아나항공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2명
 김수천
효성
 조석래
 효성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2명
 조현준
OCI
 이우현
 OCI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4명
 이우현
KCC

 정몽진

 KCC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4명
 정몽진 정몽익
민병삼 신동헌
교보생명
 신창재
 교보생명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2명
 신창재
코오롱  이웅렬  코오롱  별도 위원회 없고 이사회에서 선발
하림
 김홍국
 제일홀딩스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2명
 민동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