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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사회부 기자
지난 16일 의정부고등학교에서 졸업사진 촬영이 진행됐다. 의정부고의 졸업사진은 지난 2009년 인터넷상에서 이슈가 되면서 매년 열리는 축제와 같이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의정부고 학생들은 매년 연예인, 운동선수, 정치인 등 그해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인물을 패러디하면서 자신만의 아이디어들을 표출해왔다. 의정부고의 졸업사진 문화를 따라 하는 타 지역 학교도 생겨났을 정도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졸업사진에 정치인 등 논란이 될 만한 패러디는 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매년 졸업사진 촬영후 학교에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 단체, 개인들은 고소·고발장을 접수해 담당 선생들이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에 학교 측은 지난해부터 학생들로부터 촬영 콘셉트를 제출받고, 특정 인물에 대한 패러디는 거절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검열을 실시하고 있다. 의정부고 동문회는 졸업사진 촬영이 학교의 문화로 자리 잡은 만큼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네티즌들도 과거 같지 않은 의정부고 졸업사진에 검열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학교 측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물론 대중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일부 학생들의 범죄, 인종차별 등에 대한 과도한 패러디는 막아야 한다. 고등학교 3학년이라고는 하나 아직 미성년자인 탓에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 측은 이를 제재할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굳이 검열이라는 과거 시대의 방식을 사용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학교 측의 졸업사진에 대한 검열이 과연 교육을 위한 목적인지, 항의 전화 및 법적 책임 등 귀찮은 일에 휘말리는 것을 막기 위한 단편적인 수단이 아닌지는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 또 학생들의 표현 자유를 막는 것이 아니고 건전하고 즐거운 졸업사진 문화가 정착하기 위해서 검열이 아닌 다른 수단이 없는지 한 번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준석 사회부 기자 ljs@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