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20일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수수 사건과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공천 개입 사건에 대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으로부터 제3자 뇌물 혐의 등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유죄로 인정받아 전체 21개의 혐의에 대한 형량은 징역 32년, 벌금 180억 원, 추징금 33억 원에 달한다.
국정농단 관련 사건으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 원이 먼저 선고됐고 국정원 특활비 수수 사건으로 징역 6년과 추징금 33억원, 새누리당 공천 개입 사건으로 징역 2년이 추가됐다.
지난 2016년 10월 '최순실 태블릿PC 보도'로 국정농단 정국이 시작된 이후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1심에서의 판단이 마무리 되기까지 1년 9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18개 혐의로 지난해 4월 구속기소 됐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출연금을 내도록 한 혐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최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비 등 433억 원 상당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혐의가 우선 적용됐다.
최씨의 이권을 위해 직권을 남용해 기업에 압력을 넣고,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토록 하고, 정호성 전 비서관을 시켜 최씨에게 정부 기밀문서를 유출한 혐의 등도 있다.
1심 재판부는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봤지만, 삼성그룹의 재단 출연금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등에 적용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정유라씨에 대한 지원금 중 일부도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재판부가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은 점에 불복해 항소했다.
지난달 시작된 국정농단 사건의 항소심 재판은 네 차례의 정식 공판을 거쳐 20일 오전 마무리됐다. 검찰은 이날 1심 때와 같은 징역 30년과 벌금 1천185억 원을 구형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수사는 국정농단 사건 1심 공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0월 시작됐다.
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을 체포하고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인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정원이 청와대에 수십억 원의 특활비를 상납한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찌난 1월 박 전 대통령이 상납받은 국정원 특활비에 대해 뇌물과 국고손실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했다.
지난 2013∼2016년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과 공모해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 총 35억 원을 수수하고, 이원종 당시 비서실장에게도 1억5천만 원을 지원하게 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아울러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공천에 불법 개입한 혐의도 확인, 지난 2월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에서 친박(박근혜)계 인사들을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에 공천시키고자 이른바 '진박 감정용' 불법 여론조사를 한 것으로 파악했다.
1심 재판부는 이날 열린 선고 공판에서 국정원 특수활동비와 관련해 국고손실 등 혐의를, 공천 개입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각각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국정원 특활비 수수가 뇌물로 본 검찰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에 대한 판단은 이제 모두 2심으로 넘어가게 된다.
국정원 특활비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이 이미 공범들의 '뇌물 무죄'에 불복해 항소한 만큼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