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밀집지 '버려진 빨간벨'
22일 오후 수원시 한 주택가에 설치된 범죄·사고 비상벨이 허술한 관리 속에 고장 난 채 방치돼 있다. 수차례 눌러도 관제센터의 반응이 없는 이 비상벨 인근에는 학교 3곳이 밀집해 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道 시군 상당수 '고장·방치' 상태
지자체, 관리비·민원 탓 철거나서
범죄자 검거사례 전무 '활용 논란'

"전봇대에 붙어 있는 이건 뭐예요, 눌러도 반응도 없고?"

경찰과 지자체가 위급상황에 처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도내 곳곳에 설치한 '비상벨' 상당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설치된 비상벨에 대한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는가 하면, 일부 지자체는 관리비용과 역 민원을 이유로 대부분 철거했거나 철거예정이어서 예산낭비 및 철거 등의 논란이 일 전망이다.

22일 경기남·북부지방경찰청과 도내 일선 지자체 등에 따르면 지난 2000년도 초중반 경찰과 도내 지자체들은 한대당 50여만원을 들여 방범 취약 구역 곳곳에 비상벨을 설치했다.

안전 취약 지역 및 여성·청소년 등의 안심 귀가 등을 위해 우후죽순격으로 지자체별로 적게는 수백 개에서 많게는 수천 개의 비상벨을 설치했다.

위급 상황 시 버튼을 누르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통합관제센터 등에 연결돼 경찰 및 관제 요원이 출동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야외에 노출돼 있고 관리가 제대로 안 되다 보니 잦은 고장으로 상당수 비상벨이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의정부시 시내 곳곳에 설치된 비상벨 대부분이 눌러봐도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게다가 작동 방법 안내 문구도 심하게 훼손된데다, 술집 등이 몰려 있는 지역은 야간에 비상벨이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야간 식별기능이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도내 31개 시·군에서 비상벨을 이용, 범죄를 예방했다거나 범죄자 검거에 활용됐다는 사례도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일부 지자체들은 비상벨 철거에 나섰다.

수원시의 경우 1천 400여 개의 비상벨을 대부분 철거해 현재는 18개의 비상벨만 운영하고 있다. 의정부시도 최근 500여 개에 달하는 비상벨 철거를 위해 경찰에 공문을 전달한 상태다.

복수의 지자체 관계자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비상벨을 수리하면 며칠 가지 못해 또 망가지곤 한다"며 "시민의 제보 없이는 고장 유무조차 파악하기 어려워 우리도 난처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했다.

/이준석기자 ljs@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