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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투신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중구 한 아파트에서 경찰들이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23일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채 발견됐다.

'드루킹 특검'으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는 도모(61) 변호사로부터 불법 정치후원금 5천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아온 노 의원의 갑작스러운 투신으로 정치권은 일파만파의 폭풍에 휘말리게 됐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노 의원은 이날 오전 9시38분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17층과 18층 사이에서 밖으로 투신해 숨졌다. 노 의원은 아파트 현관 쪽에 쓰러져 있는 상태로 경비원에 발견됐으며, 곧바로 경비원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경찰은 해당 아파트 17∼18층 계단에서 노 의원 외투를 발견했으며, 외투 안에서 신분증이 든 지갑과 정의당 명함, 유서로 추정되는 글을 찾아냈다. 발견된 유서 성격의 글에는 "가족에게 미안하다" 라는 내용과 "금전은 받았으나 청탁과는 관련없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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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한국시간)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미국 워싱턴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DB

노 의원은 앞서 지난 20일 방미 중에도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관련해 "어떠한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 당당하게 (특검 조사에) 임해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으며, 검찰의 소환에 당당하게 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서 이번 투신은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노 의원은 방미중 워싱턴 현지에서 특파원들에게 불법 정치후원금 전달 혐의를 받고 있는 도 변호사와 관련해 "졸업한 지 30년 동안 교류가 없다가, 연락이 와서 지난 10년간 4~5번 정도 만난 사이"라며 "총선이 있던 그해(2016년)에는 전화를 한 적도, 만난 적도 없다"라고 관련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도 변호사는 '드루킹' 김동원 씨의 측근으로 노 의원과는 경기고 동창이다. 특검팀은 도 변호사가 지난 2016년 3월 노 의원에게 불법 정치후원금 5천만 원을 건넸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하고 있다.

아울러 노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2014년 전후에 '경공모'로부터 회당 2천만 원의 강의료를 받았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노 의원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 성격의 글에는 "금전은 받았으나 청탁과는 관련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노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완전히 뒤집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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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수사 중인 '드루킹' 김모씨 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 당사자인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숨진 채 발견된 23일 오전 국회 정의당 사무실이 비어있다. /연합뉴스

특검팀은 노 의원에게 적용하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게 됐지만, 당사자인 노 의원의 사망으로 수사 방향과 범위를 대폭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날 노 의원의 투신 소식을 접한 특검팀은 업무를 멈추고 긴급회의를 여는 등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역시 이번 노 의원의 투신과 금전 수수를 일부 인정한 글로 인해 일파만파의 후폭풍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특히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은 앞으로 이번 투신 사건과 앞으로 진행될 특검팀의 수사 결과에 따라 '치명상'을 우려할 상황에 놓였다. 아울러 드루킹 특검팀의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되느냐에 따라 정치권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