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녹색연합 등 시민단체와 연평도, 백령도 주민들이 23일 인천시청에서 서해 5도 용치 철거 요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남북 간 평화와 교류의 시작을 서해 5도에서 해야 한다"면서 "분단과 대립의 상징이었지만 현재는 훼손되어 쓸모없는 용치를 철거하고 화해와 평화의 서해 5도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두 차례의 판문점회담에서 남북공동 번영을 이야기했고 북미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평화를 약속했다"면서 평화와 교류를 위한 첫 사업을 서해 5도의 용치 철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색사회연구소, 인천녹색연합, 황해섬보전센터 등은 지난 7월 15일부터 17일까지 연평도, 대청도, 백령도 일대에 설치된 용치를 직접 조사했다. 주민 인터뷰도 병행했다. 그 결과 총 12곳에서 길이가 3m를 넘는 용치가 2~3줄씩 해안가를 둘러싸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확인된 것만 3천 개 이상이다. 대부분의 용치가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돼 방치되어 있다고 한다. 그동안 군 당국에서도 별다른 보수 작업을 벌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미 군사시설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할 수 있다.

서해 5도의 용치는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중반 사이에 집중적으로 설치됐다. 용치가 설치된 지역은 어항의 기능을 상실했으며 해수욕장은 폐쇄됐다. 해수면 아래 숨어 있는 용치에 걸려 어선이 파손되는 사고도 많았다. 주민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 용치 철거를 요구했지만 군 당국은 번번이 묵살했다. 과거에 안보와 국방을 명분으로 설치했지만 30~40년이 지나면서 그 쓰임마저 퇴색한 용치는 이제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수단이 되고 말았다.

백령도와 대청도의 해안은 지질공원 인증을 추진 중이다. 백령도는 특히 멸종위기종인 점박이물범의 주요 서식지이다. 인천시는 이들 지역을 세계적인 지질생태관광지로 조성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북한 지역 장산곶 해변과의 연계도 가능하다. 백령도, 대청도, 장산곶 해안은 그야말로 천혜의 공간이다. 쓸모가 없어진 용치 무더기로 인해 그곳의 경관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용의 이빨이라는 뜻인 용치는 적 함정의 해안 상륙을 막는 군사시설이다. 그 쓰임이 없어진 이상 이제는 철거하는 게 마땅하다. 시민단체와 섬 주민들이 요구한 것처럼 남북한 평화와 교류를 분단의 상징 지역인 서해 5도의 용치 철거에서 시작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