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을 맞아 반려견들이 수난이다. 유기견보호센터마다 버려진 반려견들로 넘쳐나고 있다. 인간과 가족처럼 지내던 유기견들은 영문도 모른 채 버려져 시한부 생을 살고 있다. 열흘 정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거나 새 주인을 맞이하지 못하면 안락사 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주인이 버린 줄도 모르고 길거리를 헤매다 차에 치여 죽거나 식용 목적으로 도살되는 반려견들도 많다고 한다.

화성시 소재 '남양 유기견보호센터'에는 이달 들어 10일 동안 60마리의 유기견이 새로 등록했다. 월평균 80마리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경기도 내 전체로는 7월 상순에만 882마리의 유기견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유기동물 수는 10만2천593마리로, 이중 여름(6~8월)에만 약 3만3천(32.3%) 마리가 집중됐다고 밝혔다. 여름과 하계휴가철에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급증하는 상황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몸집이 커져 관리가 힘들어지거나 나이가 들어 병 치레를 하는 등 경제적인 부담이 유기견 증가의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일주일에서 길게는 보름 이상 집을 비워야 하는 여름 휴가철에 반려견은 더 성가신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가족의 동반자가 아닌 짐이 되는 상황인 것이다. 여름철이면 휴가지나 도로, 공원 등지에 버려진 반려견이 늘어나는 이유다. 법은 있지만 지키지 않아도 처벌이 가벼운 현실도 문제다.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3개월 이상 된 반려견에 대한 등록을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1차 적발 경고, 2차 20만원, 3차 4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 공식 등록된 반려견의 숫자는 지난해 기준 전체의 18%에 해당하는 117만 마리 정도에 불과하고 적발과 처벌 실적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유기견이 넘쳐나는 현실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천만명을 넘는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관련 업계는 반려견의 무분별한 공급과 판매를 막고 철저한 등록·관리제 시행 등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마침 국회에서는 동물등록제 관련 법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유기견은 강력한 단속과 처벌보다 반려견을 버려서는 안된다는 인식의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기견이 계속 늘어난다면 강력한 억제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날뛰는 개는 몽둥이가 제격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