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세종문화재단이 여주시의 올해 핵심 문화행사인 '2018 세종대왕문화제'를 수행할 수 없다며 시에 사업을 반납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세종대왕 즉위 600년을 기념해 올해 처음 열리는 10억원 예산의 문화제는 9월에서 10월로 개최가 연기됐지만 실제 개최 여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여주세종문화재단은 지난해 11월 설립됐다. 시장이 당연직 이사장이며 운영진은 상임이사 이하 시 파견공무원 3명 등 18명이다. 이중 세종대왕문화제를 담당한 문화사업팀 팀장은 사직서를 제출했고, 대리는 병가를 신청했다. 특히 팀장과 대리는 재단의 호봉조정을 위한 경력증명서 제출요구에 불응했다. 문화제 담당인력의 무책임한 행태의 배경에 의혹이 제기된다. 여기에 시 파견 공무원 3명 중 2명은 시청 복귀를 신청했다. 재단 내부에 사달이 나도 크게 난 징후로 보인다.

이 정도면 여주시의 세종문화재단 설립 목적을 알수 없게 된다. 시의 대표 브랜드인 '세종대왕' 관련 축제 하나 추진할 능력이 안되는 재단을 만든 이유가 궁금해진다. 도내 지역문화재단과 비교해도 세종문화재단은 기본 인력이 매우 열악하다. 이 정도 인력이었다면 굳이 재단을 꾸릴 일이 아니라 시청 문화부서의 내실을 키우는 것이 마땅했다. 또한 부실한 조직을 전문경력이 불분명한 직원으로 채웠으니 일이 돌아갈리 없다. 지역문화재단의 기본목적인 지역문화창달에 역행하는 현상이다.

2014년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상 지역문화재단은 지역문화 진흥의 중추기관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에서 70여개의 재단을 운영중이다. 하지만 문화진흥의 중심이라기 보다는 자치단체의 문화시설 위탁관리나 중앙과 지방정부의 공모·위탁사업을 대행하는 수준에서 운영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기초단체의 열악한 재정상 쥐꼬리만한 출연금으로 지역문화 진흥을 위한 정책생산과 실행은 꿈도 꾸기 힘든 실정이다. 그래서 지역문화재단 설립의 진짜 목적이 자치단체장의 논공행상이나 인사수단 아니냐는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경기도내 3~4개 시가 문화재단 설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시에서 수행하던 지역 공연장 관리나 문화행사를 맡기는 수준의 조직을 재단으로 포장하고 있다. 여주시의 사례를 잘 들여다 보기 바란다. 또한 여주시는 즉각 세종문화재단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 재단운영의 적정성을 다시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