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침·땀 범벅 그대로 사용
20대 청년 급성두드러기 병원행
관련 기준·법규없어 처벌 한계
최근 실시간 음성 채팅을 동반한 온라인게임이 큰 인기를 끌면서 전국에 있는 PC방들이 너도나도 컴퓨터에 헤드셋을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이용객의 피부와 직접 닿는 헤드셋에 대한 위생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새로운 위생 안전의 사각지대로 떠오르고 있다.
친구들과 게임을 즐기러 자주 PC방을 가는 A(27)씨는 지난달 말 귀 부분이 가렵고 빨갛게 달아올라 피부과를 찾았다 '급성두드러기' 진단을 받았다.
최근 들어 이상을 일으킬만한 물리적 자극을 받은 적이 있었냐는 의사의 질문에 A씨는 PC방에서 착용했던 헤드셋을 떠올렸다.
A씨는 해당 PC방을 찾아 상황을 설명했지만, 사장은 "헤드셋 때문에 그랬다는 증거가 있냐"며 되레 따져 물었다. 결국 A씨는 자비로 5일 동안 치료를 받아야 했다.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한 PC방을 찾은 B(23)씨도 최근 헤드셋 때문에 곤욕을 겪었다.
모니터 앞에 있던 헤드셋이 직전에 사용한 사람의 땀과 침 등으로 범벅이 돼 있었는데, 직원이 헤드셋을 그대로 거치대에 걸어놓는 장면을 목격한 것.
간단한 웹서핑을 원했던 A씨는 헤드셋이 필요 없었지만 비위생적인 환경에 그 자리에서 PC방을 뛰쳐나왔다.
실제 1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 경희대학교 인근에 있는 한 PC방을 찾아가 보니 헤드셋을 끼고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대학생들로 가득했다.
이용객이 떠난 자리를 정리하던 한 직원은 키보드, 마우스는 수건으로 닦으면서 헤드셋은 가만히 내버려 뒀다. 주변에 있는 PC방 10여곳을 둘러봐도 위생적으로 헤드셋을 관리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공무원들도 헤드셋에 대한 부실한 위생 관리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관련 법규가 없어서 대책 마련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노래방의 경우 주기적으로 마이크를 소독하고 손님에게 커버를 제공하도록 법으로 정해 놨지만, PC방에 있는 헤드셋 등에 대한 위생관리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며 "비위생적인 헤드셋을 착용한 손님이 피해를 입더라도 행정 처분을 내릴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준석기자 ljs@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