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체제때 여야 880억 임의 반영
시군 분담 반대·제도적 근거 부족
일부 1차 추경때 삭감키로 '가닥'

연정 체제에서 예산 심의 도중 끼워넣어진 경기도의회표 정책예산 수십억원이 줄줄이 삭감될 처지가 됐다. 시·군과의 예산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관련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서다.

도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일부 예산을 감액 조정키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현재 타당성 조사·법 개정 절차 등을 진행 중인 예산 수백억원도 추가로 집행이 불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6일 도와 도의회에 따르면 연정 체제였던 지난해 말 도의회는 예산 심의 과정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의 정책예산 880억원가량을 임의로 반영했다.

당시 도는 집행 부동의 의사를 밝히거나 시·군 협의, 법 개정 등 조건을 달아 예산 집행에 동의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사실상 연정이 막을 내리고 반년이 지난 지금, 심의과정에서 더해진 예산 상당부분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는 9월에 있을 1차 추경에서 삭감 조정키로 가닥이 잡혔다. 39억원이 편성된 '출산축하 옹알이 선물 지원(신생아 유아용품 모바일 상품권 지원)' 사업은 시·군과 예산을 분담해 추진하는 방향을 검토했지만, 시군에서 예산 확보가 여의치 않아 결국 사업을 접기로 했다.

8억3천만원을 반영한 아이돌보미 활동수당 지원 사업 역시 이미 성격이 비슷한 수당을 별도로 지원하고 있고 예산 분담과 관련, 시·군에서 회의적 반응을 보이며 실시하지 않는 쪽으로 기울었다.

벼 재배농가 경영안정자금 지원비 37억5천만원도 제도적 근거가 부족하고 오히려 쌀 과잉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만큼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전액 삭감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서비스 직종 저임금 청년을 지원하기 위한 '청년 미생카드'(39억원)와 4050 경력단절여성 지원을 위한 '일어나라 4050 여성카드' 사업(39억원), 시내·마을버스 기사 처우 개선 사업(99억원)은 보건복지부 협의·자체 연구용역 등 관련 절차를 이행 중이거나 법 개정을 기다리는 단계다.

정부 협의나 국회의 법 개정 등이 불발되면 시행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당시 '포퓰리즘' 지적을 받기도 했던 도의회는 적어도 혈세 수백억원을 '잠자는' 신세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도의회 역시 이번 추경에서 도와 협의하에 집행이 어려운 정책예산을 정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염종현 도의회 민주당 대표는 "민주·한국당이 제안해 마련된 예산이지만 여건상 어려운데도 무조건 다 끌고갈 생각은 없다. 나눠먹기식으로 편성됐거나 면밀한 검토 없이 끼워넣기식으로 반영된 예산은 정리할 필요도 있다"며 "도와 협의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