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서해 최북단 섬 이미지 벗어버리고
남북 분단선 아닌 연결지점으로 돼야 한다
여유와 평화 즐길방안 없는지 고민해 보자
깨끗한 바닷물과 이색적인 해변처럼 눈길을 끌게 한 것들도 있었지만 이들 부부에게 백령도 여행이 기대만큼 만족스럽지 못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백령도만의 먹을거리를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묻고 물어 찾아간 칼국숫집은 맛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여행객의 마음까지 잡아주지는 못했다. 백령도 현지인들조차 이런 더위는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폭염이 심했는데, 덥고 짜증 나는 도심을 피해 멀고 먼 섬으로 온 관광객에게 더위를 날리게 할 장치는 없었다. 가장 큰 구경거리라는 두무진 해상 관광도 하지 못했다. 안개가 끼었다는 이유였다. 먹을 게 없었고, 더위조차 도심과 다를 게 없었고, 꼭 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것도 있었다. 이 정도면 다시 가고 싶지 않을 이유로는 충분해 보였다. 마치 신혼여행을 준비하듯 했는데 안타까웠다.
반면에 이들 부부보다 조금 먼저 백령도 여행을 다녀온 또 한 부부의 경우는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한다. 둘의 차이는 개별적으로 갔느냐, 여행사를 끼고 단체로 갔느냐에 있다. 단체 여행 부부는 먹는 것도 좋았고, 백령도 이곳저곳을 설명해주는 안내원의 이야기도 맘에 들었다고 한다. 이들은 물론 백령도를 또 가고 싶은 여행지로 여긴다고 했다. 어떤 이들은 첫 백령도 여행에서 실망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백령도 관광에 대만족을 표한다. 하나의 섬인데도 불구하고 남과 북으로 갈려 서로 딴 곳만 바라보듯이 그야말로 극과 극이다. 백령도 관광은 아직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있다고 밖에 평가할 수 없을 듯하다. 백령도는 아직 개별 관광객들에게는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 그 점을 세탁소 노부부의 경험이 잘 일러준다.
세탁소 부부의 얘기를 듣자니 오래전 백령도를 포함한 서해5도를 수도권 대표 관광지로 삼아야 한다는 주제로 기획 취재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검색을 하니, 꼭 10년 전이었다. 2008년 11월에 4박5일 동안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를 취재하고 다섯 차례에 걸쳐 기사를 썼다. '백령도를 수도권의 제주로!'였다. 백령도가 얼마나 색다른 여행의 맛을 주는지, 더 많은 여행객을 맞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썼다. 10년이 지났건만 백령도는 누구에게는 좋고, 누구에게는 여전히 불편한 존재로 그대로 있었던 거다. 백령도는 이제 서해 최북단의 섬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북교류의 선봉으로 대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백령도 관광 정책에 일대 혁신이 있어야 한다. 노부부 둘이서 여행을 하더라도 그들의 맘에 쏙 들도록 변해야 한다. 그 변화의 첫 출발은 백령도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부터 정확하게 진단하는 데서 해야 한다.
백령도는 더 이상 남북의 분단선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남북의 연결지점이 되어야 한다. 인천문화재단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2012년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5도를 배경으로 평화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그 결과물 중 하나로 시화집 '백령도'를 엮어내기도 했다. 거기 모인 작품 중에 '신화의 바다'라는 제목의 시가 있다. 그 한 대목, '남북을 가르는 NLL 바다 위로 암호 같은 시간이 흐른다/이 불가해한 바닷길을 열 수 있는 열쇠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구절이 유난히 뇌리에 박힌다. 물범처럼 이쪽에서도 저쪽에서도 손쉽게 오가고, 맘속에 여유와 평화를 충만하게 할 방안은 없는지 백령도의 입장에서 고민해 보자. 세탁소 주인 부부가 다시 백령도를 찾을 수 있도록 암호를 풀고, 열쇠를 돌리자.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