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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서울 강남구 빗썸 고객센터 모습. /연합뉴스
주요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속속 실명확인 입출금서비스 재계약을 체결한 가운데 빗썸이 지지부진한 재계약 협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9일 가상화폐 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빗썸과 NH농협은행 간의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서비스 재계약 협상이 쉽사리 타결되지 않고 있다.

빗썸의 실명확인 계좌 신규 발급은 이달 1일부터 막혔고 기존 실명확인 계좌 이용도 이달 말까지만 한시적으로 가능한 상황이다.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서비스는 본인 확인된 이용자의 은행계좌와 가상화폐 거래소의 동일 은행계좌 간 입출금만 허용하는 서비스다.

재협상이 난항을 겪는 배경에는 이용자가 거래소에 맡겨놓은 예탁·거래금의 처분을 둘러싼 갈등이 있다.

그간 빗썸은 이용자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법인계좌에 넣어두면서 이자를 받아왔다. 앞으로도 이 같은 이자 수익을 보장받겠다는 것이 빗썸의 주장이다.

하지만 농협은행은 예탁금을 에스크로(특정금전신탁)로 분류하면 오히려 보관료를 받아야 하기에 이자는 따로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통상 기업이 예금 형태로 맡긴 금액은 이자를 받을 수 있지만, 에스크로 계좌 형태로 맡기는 경우에는 이용료를 지불한다.

빗썸 측은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을 들고 나와 고객 예치금이 이자 지급 대상이라고 봤고 은행은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에 명문화된 조항이 없어 빗썸의 요구사항을 수용할 수 없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실제로 가이드라인은 가상통화 취급업소의 고유재산과 이용자의 예탁·거래금을 분리해서 관리하도록 권고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담지 않았다.

그간 가상화폐 업계에서 '빅4' 거래소와 중소거래소를 나눠 온 기준이 실명확인 계좌 부여였던 만큼 재계약은 빗썸에게 중요한 문제다.

빗썸은 실명확인 계좌를 유지하던 시절에도 이미 신규 투자자 유입은 많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재계약을 통해 계좌를 받지 못하면 타격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전 세계 거래소 가운데 24시간 거래량으로 따진 빗썸의 순위는 12위를 기록해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또 실명확인 계좌를 받지 못하면 법인계좌마저 예기치 못한 순간에 막힐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커진다.

앞서 당국은 가이드라인을 통해 거래소가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 3개월 이하 주기로 확인하고, 금융회사가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취급업소와의 금융거래를 거절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코인원과 업비트, 코빗 등 가상화폐 거래소는 줄줄이 시중은행과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서비스 재계약을 체결했다.

가장 먼저 테이프를 끊은 곳은 코빗이다.

코빗은 신한은행과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서비스를 재계약하고 업계 최초로 고객 예탁금을 이달 안에 신한은행에 분리 보관한다고 밝혔다.

코인원도 농협은행과 실명확인 계좌 서비스와 관련한 재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코인원에 입금된 원화는 모두 농협은행에 보관된다.

업비트는 IBK기업은행과의 재계약을 마무리했다. 다만 종전과 동일하게 신규 실명확인 계좌 발급은 막힌 상황이다.

이번에 재계약한 시중은행의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서비스는 모두 6개월 기한이다.

빗썸을 제외한 거래소들은 시중은행으로부터 이용자 예치금의 이자를 받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은행이 갑인 상황인데 달리 (예치금 이자를 받을) 방법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 와중에 그간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받지 못했던 중소 가상화폐 거래소는 새로운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간 '빅4' 거래소가 시중은행의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독점하다시피 했지만 빗썸이 재계약에 성공하지 못하면 자신들에게도 기회가 돌아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를 갖추면 투자자들이 보기에도 신뢰도가 높아지고 신규회원 유입도 높아질 수 있다"며 "시중은행에 꾸준히 접촉 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