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와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의혹에 연루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기춘(79)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된 지 8일 만에 검찰 출석을 위해 취재진 앞에 섰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김 전 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하고 있다.
14일 오전 9시 30분께 검찰에 나선 김 전 실장은 기자들이 심경을 묻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 전 실장은 앞서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한 검찰 조사를 두 차례 거부한 바 있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이 재판거래 의혹에 연루된 단서를 잡고 출소 직전인 지난 5일 구치소 방문조사를 시도했으나 김 전 실장이 거부해 이뤄지지 않았으며, 지난 9일 출석 요구에도 건강상 문제를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을 상대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징용소송)과 관련, 법원행정처 또는 외교부 측과 의견을 주고받은 사실이 있는지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 2013년 10월 청와대를 방문해 주철기 당시 외교안보수석과 징용소송 문제를 논의하고 법관 해외공관 파견에 협조를 부탁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면담 내용이 김 전 실장에게도 보고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비슷한 시기 법원행정처가 법관 해외파견을 위해 김 전 실장과 이정현 전 홍보수석 등 청와대 인사위원들 접촉을 시도한 문건도 확보했다.
이와 별개로 김 전 실장이 징용소송에 직접 개입한 증거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은 징용소송 재상고심이 대법원에 접수되던 지난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청와대에 근무했다.
검찰은 재판거래 의혹 문건을 다수 작성한 울산지법 정모(42) 부장판사를 지난 13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이날 오전 2시께까지 16시간가량 조사하고 돌려보냈다.
정 부장판사는 지난 2013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으로 근무하며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사건 등과 관련한 문건들을 작성했다.
검찰은 정 부장판사가 연루된 의혹이 방대한 만큼 몇 차례 더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