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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여론조작 지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7일 오전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인터넷 댓글 여론조작 사건의 주범인 '드루킹' 김모(49·구속기소)씨에게 댓글조작 지시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17일 2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심사를 마무리한 김경수 지사는 서울구치소로 이동한 뒤 이날 늦은 밤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대기한다.

법원이 김 지사를 구속하기로 결정할 경우, 그는 구치소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된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부장판사는 17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시께까지 김 지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주장하는 그의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와 구속 필요성을 심리했다.

영장심사에서 김 지사와 특검 측은 ▲김 지사가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알고 있었는지 ▲구속수사의 필요성이 있는지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특검은 김 지사가 지난 2016년 11월 9일 드루킹이 운영하는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의 프로토타입(초기 버전) 시연을 본 뒤 사용을 승인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아울러 킹크랩 개발이 완료된 지난 2016년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드루킹 일당이 김 지사의 지시 등에 따라 네이버 기사 7만5천여개에 달린 댓글 118만개를 대상으로 호감·비호감 버튼을 약 8천만 차례에 달하는 부정클릭을 했다고 특검은 보고 있다.

특검은 이날 영장심사에서 김 지사와 드루킹이 여론조작을 한 시기에 대선이 포함된 점을 들어 이들이 단순히 네이버의 업무를 방해한 게 아니라 민주주의를 해치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지사가 특검이 확보한 '킹크랩 시연회' 관련 문건·디지털 자료 앞에서도 참관 사실을 부인한 데다가, 지난 4월 사건이 불거진 뒤 그가 드루킹과의 관계에 대해 계속 말을 바꾼 점을 문제 삼으며 증거인멸 가능성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에 김 지사는 영장판사 앞에서 "드루킹이 '선플(선한 댓글) 운동'을 하는 줄로만 알았을 뿐 조직적인 댓글조작을 하는지 몰랐다"며 드루킹과 공범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드루킹이 운영하는 출판사를 간 사실은 있지만 그 자리에서 킹크랩이나 비슷한 댓글조작 프로그램은 본 사실이 없으며, 이 같은 주장을 하는 드루킹의 진술이 객관적 물증과 맞지 않는다고 맞섰다.

특히 현직 도지사로서 도를 운영할 의무가 있는 점, 특검 소환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휴대폰도 임의 제출하는 등 도주 우려가 현저히 적어 영장은 기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김 지사가 구속 기로에 선 것은 그가 드루킹의 댓글조작 범행에 연루된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 약 넉 달 만이다. 특검이 6월 27일 정식 수사를 시작한 때로부터는 52일째 날이다.

이날 법원의 결정에 따라 김 지사와 특검팀 중 한쪽은 치명상을 입게 될 전망이다.

6·13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른 김 지사는 영장이 발부되면 정치생명에 큰 타격을 입어 위태로워 지는데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 중 첫 구속자라는 불명예를 얻게된다. 아울러 대선 국면 댓글조작까지 김 지사가 연루됐다고 법원이 판단할 경우 현 정부의 도덕성과 정당성에도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이와는 달리 영장이 기각되면 허 특검팀으로서는 특검 발족의 본질적 목적인 김 지사의 공모 여부를 규명하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사망과 맞물려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난도 예상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야권이 오는 25일 1차 수사 기간 60일이 종료된 이후 수사 기간 30일을 연장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지만, 영장이 기각되면 그 명분마저 잃게 된다.

법원의 영장 발부 여부 시점은 이르면 이날 밤, 늦어도 18일 새벽 결정된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