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2001001253300058022.jpg
'최악의 고용쇼크' 장하성-김동연 시각차.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용상항 관련 긴급 당정청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악의 고용쇼크' 상황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금까지 추진했던 경제정책을 수정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가운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시각차를 보였다.

김 부총리는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회의에 참석해 "그간 추진한 경제정책도 효과를 되짚어 보고 관계부처·당과 협의해 개선·수정하는 방향도 필요하다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가 기존의 경제정책을 수정할 수 있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으로, "송구스럽지만 정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장하성 정책실장의 발언과 대조를 이뤄 더욱 주목을 받는다.

비록 '관계부처·당과의 협의'를 조건을 내걸기는 했지만, 공식 석상에서 여당·청와대와 온도 차가 뚜렷한 입장을 내놨다는 점에서 김 부총리의 '작심 발언'일 수도 있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김 부총리는 수정·개선을 염두에 둔 경제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최저임금을 포함한 노동 관련 정책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있다.

김 부총리는 지난 5월 저소득층 가구의 소득이 큰 폭으로 줄어든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 결과 발표 전후로 최저임금 인상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뜻을 수차례 내비쳐왔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10.9%로 결정되자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이 하반기 경제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2018082001001253300058021.jpg
'최악의 고용쇼크' 장하성-김동연 시각차.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용상항 관련 긴급 당정청회의에서 모두발언하기에 앞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김 부총리가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 정책에 산업계의 입장이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총대'를 멜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올해 7월부터 300인 이상 고용 업체를 시작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 중이지만, IT(정보통신)업종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신축적인 운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김 부총리는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비용이나 적응하기 어려운 것에 대해서는 신축적으로 볼 필요가 있고 근로자와 시장이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내년 최저임금 인상 폭이 이미 확정됐고 노동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도 입법예고가 된 만큼 당장 '수정·개선' 여지가 있는 정책은 많지 않다는 해석이다.

김 부총리의 이날 발언이 특정한 정책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는 정부 정책 기조에 대한 비판적 여론도 수용할 수 있다는 원론적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김 부총리가 최저임금 등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기조에 대해 대립각을 세울 경우, 경제팀 내 '불협화음'으로 비쳐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을 추진한 주체임에도 고용쇼크 등 성과 부진에 대해 뚜렷한 해명 없이 슬그머니 정책을 회수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악화일로인 최근 고용 상황은 경기 부진과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구조적 원인 탓이 크다. 그러나 최저임금 등 정책 부작용에 정부가 안이하게 대응한 탓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