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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 군산기지에 근무하던 미군 상병 로버트 제이 켈가드로부터 동성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들이 수용돼 있던 군산의 A 보육시설. 켈가드 상병은 올해 초 미합중국 공군 형사항소법원에서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연합뉴스

전북 군산의 아동복지시설에 있던 고아 2명이 미군 병사에게 동성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해당 미군 병사는 일본으로 근무지를 옮긴 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 구속돼 올해 초 항소심에서 15년형이 확정돼 복역하고 있다.

20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미국 군사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 1월 미합중국 공군 형사항소법원(U.S. Air Force Court of Criminal Appeals)은 미국인 로버트 제이 켈가드(Robert J. Kelgard) 상등병(계급 E-4)에게 한국인 소년 2명을 성추행하고 아동 포르노를 소지한 혐의로 15년 구금형을 선고했다. 또 켈가드 전 상병에게 불명예 제대 명령을 내리면서, 모든 급여와 연금을 몰수하고 이등병(계급 E-1)으로 강등하는 처벌도 내렸다.

미 공군에 따르면 켈가드 전 상병은 전북 군산의 미 공군 제8전투비행단에 근무하던 지난 2012년 6월부터 2013년 6월 사이에 군부대 안팎의 호텔과 기숙사 등에서 두 명의 아동보호 시설 원생을 성추행하고 다수의 아동포르노를 소지한 혐의로 기소됐다.

미 공군과 군산 경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켈가드 전 상병은 국내에서 아동 성추행을 저지른 사실을 들키지 않은 채 지난 2013년 7월 일본 오키나와(沖繩)현의 가데나(嘉手納)기지로 전근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2014년 10월 일본 현지에서 청소년 성추행 혐의로 미 공군의 구속수사를 받게 된 것을 계기로, 이전 근무지였던 전북 군산에서의 범죄 사실도 모두 드러나게 됐다. 미 공군 수사당국이 그의 컴퓨터에서 아동 포르노물 41점과 함께 추가 단서를 발견함에 따라 그의 이전 근무지로 수사를 확대해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어 이듬해 미 공군으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은 군산 경찰은 수 개월 동안 탐문 수사를 진행, 피해자가 군산 기지 인근 A 아동복지시설에 수용된 남자 청소년 2명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A 아동복지시설은 미 제8전투비행단이 매년 부대 초청행사 등 자원봉사를 열었던 곳으로, 켈가드 전 상병도 자원봉사를 핑계 삼아 이들 청소년에게 접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켈가드 전 상병은 지난 2012년 10월께 부대초청 행사에 참석했던 남자 청소년들을 데리고 기지 내에 있는 미군 전용 호텔에서 함께 1박을 하며 신체 접촉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성추행 후 피해자들에게 용돈이나 선물을 제공해 신고 등을 하지 않도록 회유한 정황도 드러났다.

A 아동복지시설 대표는 켈가드 전 상병에 대해 "2주에 한 번 정도 자원봉사를 왔었다"며 "자원봉사자들은 기지 내 교회를 통해 추천받은 장병들이어서 그래도 낫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제8전투비행단 관계자는 "피해 청소년들이 대리인을 통해 '고통과 폭행 (범죄에) 대한 정의'를 강력히 요구하는 진술서를 제출했다"며 "이 진술서가 선고에 주된 역할을 했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켈가드가 저지른 극악무도한 범죄는 군인 신분에 맞지 않는 경멸스러운 일이며, 군산 기지에서 수십년간 자랑스럽게 임무수행중인 장병들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이 같은 불미스러운 일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미 제8전투비행단은 미성년자와 관련된 봉사활동 참가자는 일반 공군 규정보다 강력한 신상정보 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모든 봉사 프로그램에 별도의 감독관을 두도록 했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