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취약지역에 대한 인천시의 대응책이 부실하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형 화재 대응책을 물으면 "예산이 부족해서"라는 해명도 한결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16일 안전의 날을 맞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날을 안전의 날로 정한 것은 대한민국을 안전한 나라로 만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14일 BMW 차량 화재와 관련해 "정부의 기본 임무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행정안전부는 20일부터 오는 10월 5일까지 '2020년 재난안전연구개발 수요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안전과 관련한 분야 중 첫째가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국민 체감형 재난 안전서비스개발'이다. 미국의 경우 45년 전인 1973년 화재안전대책으로 '아메리카 버닝 리포트'를 만들었다. 이 보고서는 시민과 소방요원들의 손실을 줄이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권고안으로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달 9일부터 화재 빈도와 인명 피해 가능성이 높은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화재 안전 특별조사·통합정보 구축사업'에 나섰다. 인천시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전통시장과 3천570여개 점포가 위치한 지하도상가 15곳이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중 부평 지하도상가는 총면적 2만6천974㎡에 출입구만 31개, 1천개의 점포가 몰려있는 세계 최대 규모다. 인천 지하도상가 화재 발생시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한 지능형 화재 대응 시스템 도입이 시급한 이유이다. 서울시는 이미 모든 지하도상가와 전통시장 등에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지능형 화재 대응 시스템을 구축했다. 센서가 5초간 연기나 열을 감지하면 곧바로 서울종합방재센터에 점포명과 위치가 통보된다.

그런데 이 시스템을 둘러본 인천시 관계자들이 "설치와 운영비(예산) 부담이 있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 검토할 사항"이라고 밝혔다니 황당하다. 인천시의 지하도상가특별회계 규모 200억원에 비해 15개 지하도상가에 서울형 화재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는 비용은 13억원 정도라고 한다. 예산부족을 앞세우기 민망한 액수다. 예산 타령하며 할일을 미루는 사이 대형참사가 발생하면 그때도 예산 핑계를 댈지 의문이다. 화재 등 대형재난 대책은 하면 귀찮고 안 하면 편한 일거리가 아니라 시청의 당연한 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