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3번째 대북 독자제재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제4차 방북을 앞두고 비핵화 견인을 위해 대북 압박도 강화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재무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유엔과 미국 제재의 지속적 이행을 위해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이러한 제재를 단행했다며 "지난해 9월 20일 발효된 행정명령 13810호에 따른 것으로, 유엔 안보리에 의해 분명히 금지된 활동인 정제유 제품의 선박 대 선박 환적에 연루된 사람들을 겨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해운 회사인 '연해주 해운물류 주식회사', '구드존 해운 주식회사' 등 회사 2곳, 그리고 연해주 해운물류 주식회사 및 구드존 해운주식 회사 양사와 연계된 상선 패트리엇호, 구드존 해운 주식회사와 연계된 선박 5척 등 러시아 선적 선박 6척이다. 재무부는 패트리엇호 소유주들과 매니저들도 제재대상이라고 밝혔다.
제재에 따라 이들 법인 등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며 미국민이 이들과 거래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재무부에 따르면 패트리엇은 올해 초 2차례에 걸쳐 북한을 위해 선박대 선박 방식으로 석유 환적 행위를 했다.
북한 선적의 청림2호에 1천500톤의 석유를 환적했으며 역시 북한 선적인 천마산호에 2천 톤의 석유를 환적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청림2호는 2016년 3월 유엔과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올랐고, 천마산호는 지난해 11월 중순 유엔이 금지한 선박대 선박 환적 행위에 연루된 혐의로 올해 2월과 3월 미국과 유엔의 제재대상에 잇따라 올랐다.
이러한 환적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석유를 사들인 주체는 유엔과 미국에 의해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북한 노동당 소속 외화벌이 기관인 '39호실' 산하 법인인 태성은행이라고 재무부는 밝혔다. 태성은행 역시 유엔과 미국의 제재대상이다.
재무부는 '39호실'에 대해 북한 지도부를 위한 불법적인 경제활동에 관여하고 있는 곳이라고 기술했다.
미국의 대북 관련 독자제재는 이달 들어 세번째이다. 지난 3일 북한과 불법거래를 한 러시아은행 1곳과 중국, 북한의 법인 등 북한 연관 유령회사 2곳, 북한인 1명을 제재한 데 이어 지난 15일에는 북한의 담배 밀수 등을 도운 중국 해운 물류 회사 및 싱가포르 자회사, 러시아 항만 서비스 기업 등 중국과 러시아 기업 3곳과 러시아 국적의 개인 1명을 제재했다.
지난번 담배 밀수를 겨냥한데 이어 석유 불법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이번 조치는 북핵 개발 자금의 주요 조달 통로로 지목된 북한의 해상 무역을 봉쇄, 북한의 돈줄을 끊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러시아든 그 외 다른 지역 어디에서든 북한 선적의 선박들과의 환적을 통해 어떤 물품이든 공급, 판매, 운송 등으로 북한으로 들고 나도록 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하에서 금지된 행동이며 미국법 하에서도 제재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재위반의 결과는 우리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를 달성할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임박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등 북미 비핵화 협상 국면이 다시 물살을 타는 상황에서 이뤄진 미국의 이번 조치는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겠다는 차원으로 보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비핵화 견인을 위해서는 제재가 지속 추진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독자제재 발표를 계속하고 있다"며 "북한의 (비핵화 관련) 실질적 조치가 있기 전까지 미국의 독자제재 추가 발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재무부는 미국의 제재를 회피하고자 '중대하고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을 한 러시아 개인 2명과 기관 2곳도 적발해,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