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영향력 행사를 통해 특정 지원자를 합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함영주(61) 하나은행장의 첫 채판이 22일 열렸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이진용 판사)는 이날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함 행장 등에 대한 제1회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은 모두진술을 통해 지난 2015∼2016년 신입사원 공채에서 이뤄진 함 행장의 범죄 혐의에 대한 공소사실을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함 행장은 2015년 공채 당시 지인인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로부터 그의 아들이 하나은행에 지원했다는 얘기를 듣고 인사부에 이를 전달하며 잘 봐줄 것을 지시해 서류전형 합격자 선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류전형 이후 합숙 면접에선 자신이 인사부에 잘 봐주라고 했던 지원자들이 통과하지 못한 경우가 있으면 이들을 합격시키라고도 인사부에 지시했다.
함 행장의 지시로 인사부는 지원자 면접 점수를 변경 또는 해외대학 출신자들을 따로 추리는 방식으로 합격권에 미달하는 이들을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함 행장이 이 같은 방식으로 합숙면접이나 임원면접의 면접위원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함 행장은 그러면서 지난 2015년과 2016년 공채에 앞서 인사부에 "남녀 비율을 4대1로 해 남자를 많이 뽑으라"고 지시,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함 행장측은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함 행장측 변호인은 "일련의 채용과정을 구분해서 복잡하게 기소된 건인데 피해자로 특정된 것은 면접위원밖에 없다"며 "방해된 업무가 무엇인지가 특정돼야 한다"고 검찰의 공소사실을 반박했다.
이 변호인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채용 관련 권한을 가진 직원 모두가 공모했다면 기망 당한 대상자가 없다고 봐야 한다"며 함 행장을 비롯한 채용의 주체가 채용과정에서 한 일이 업무방해죄가 될 수는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특히 "단순한 대학시험이 아니므로 점수만이 선발의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며 "인사부의 사정 단계를 거치고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최종 통과자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인은 "하나은행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상법상의 단체로서 사기업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채용의 재량을 지닌다"며 "제삼자가 보기에 합리적이지 않다고 해서 형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