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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가 24일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1심의 판단을 깨고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10월 16일 박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된 박근혜(66) 전 대통령이 24일 진행된 항소심 법원에서 징역 25년으로 형량이 증가했다.

이와 함께 박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이면서 국정농단의 공범인 최순실(62)씨는 '이화여대 학사비리' 사건으로 별도 재판을 받은 것을 고려, 1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는 24일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의 판단을 깨고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 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1심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 원을 선고했다.

이번 항소심의 핵심 쟁점은 삼성의 뇌물 제공 부분은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영재센터 후원금을 뇌물로 인정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삼성그룹 내에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에 대한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고, 이를 놓고 박 전 대통령과 암묵적인 청탁이 존재했다고 봤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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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실세'와 함께 국정을 농단했다는 사유로 헌정 사상 처음 파면된 박근혜(66) 전 대통령이 2심에서 징역 25년으로 형량이 늘었다. /연합뉴스

대표적 근거로 승계작업으로 평가된 제일모직의 합병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하는 과정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 또는 승인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지급한 출연금은 1심과 같이 뇌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타 기업과 같이 불이익을 우려해 출연금을 냈을 뿐이라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승마 지원 부분에 있어, 삼성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게 승마 지원을 약속한 부분은 무죄로 판단한 1심과는 달리 말을 지원하기로 약속한 부분 등은 유죄로 인정했다.

또 1심처럼 말 소유권이 최씨에게 넘어간 점은 인정하면서도 말 보험료 2억여 원은 제외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70억 원을 지원한 것도 1심처럼 월드타워 면세점의 특허 재취득을 위한 뇌물로 인정했다. 명시적 청탁은 없었더라도 묵시적으로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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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24일 오전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포스코, 현대차그룹, 롯데그룹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사건에서도 일부 피해자에 대해서는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최씨의 경우 '이화여대 학사비리' 사건이 별개로 재판을 받아 이날 2심 재판에선 1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벌금액수는 박 전 대통령과 같이 200억 원으로 불어났다.

'박근혜·최순실'의 공범이자 뇌물수수 혐의까지 더해져 기소된 안종범(59) 전 청와대 수석에겐 1심보다 1년 낮은 징역 5년과 벌금 6천만 원을 선고했다. 안 전 수석은 '비선진료'에 연루됐던 김영재 원장과 그의 아내 박채윤씨로부터 4천900여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모두 유죄 판단을 받았지만, 항소심은 이 중 2천300만 원을 무죄로 뒤집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해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대통령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부도덕한 거래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하고 시장경제 질서를 왜곡시킨다"며 "이를 바라보는 국민에게 심각한 상실감과 함께 우리 사회에 대한 깊은 불신을 안겼다"고 힐난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이 범행으로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를 맞았고 그 과정에서 국민과 사회가 입은 고통의 크기가 헤아리기 어려운데도, 범행을 모두 부인하며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오히려 최씨에게 속았다거나 수석들이 한 일이라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주변에 전가했다"고 형량 증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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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24일 오전 서울 중앙지법으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법정 출석을 거부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공범 최씨에 대해선 "피고인의 범행으로 국정질서가 큰 혼란에 빠지는 등 그 결과가 중대한데도 당심에 이르기까지 '국정농단 사건'이 기획된 것으로서 자신이 오히려 피해자라는 등 변명으로 일관했다"면서도 "피고인이 이미 업무방해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아 확정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단했다.

안 전 수석에 대한 재판부의 직언도 이어졌다.

재판부는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피고인은 대통령의 잘못된 결정이나 지시에 대해 직언을 하고 바로잡을 위치에 있었다"며 "단지 대통령의 지시에 따랐다는 이유만으로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검찰은 항소심의 선고에 대해 "최종적으로 법과 상식에 맞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상고 의사를 보였다.

반면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재판부가 삼성 등 기업들의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 판결에 대해 "후삼국 시대 궁예의 관심법이 21세기에 망령으로 되살아났다"고 반발했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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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을 심리한 2심 재판부가 그의 형량을 징역 24년에서 25년으로 가중한 것은 뇌물 액수로 인정한 금액이 더 늘어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