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땅에 스마트 팜(식물공장) 시설이 설치·운영된다. 농민들은 비만 오면 청개구리처럼 발을 구른다. 사물인터넷을 이용해 온도와 습도를 원격조정하는 첨단 농업시스템을 농업진흥구역에 설치할 수 없도록 한 규제 때문이다. 기업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자동으로 농약과 비료를 살포할 수 있는 기구를 개발했지만 공장시설을 만들 수 없는 이상한 법에 막혀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 아직도 군사보호구역 내에서 개발행위를 하려면 수십 일 군부대를 쫓아다녀야 한다. 드론으로 농약을 뿌리려면 당국의 허가는 물론 고령의 농민들이 지구과학을 공부해 자격증을 얻어야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지난 27일 판교에서 중앙부처와 경기도 공무원,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경기지역 규제혁신 토론회'에서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례들이 생생하게 증언됐다. 한 업체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자동으로 농약·비료를 주입하는 '자동주입기'를 개발했다. 업체는 이 제품을 개발한 연구시설을 일반공장으로 전환해 대량생산을 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해당 제품이 첨단업종에 포함되지 않아 변경할 수 없다는 것이다. AI(인공지능)나 IoT(사물인터넷)를 기존 제조업에 융복합한 제품도 첨단업종에 포함해야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관련 업계는 주장한다.

현행법은 고정식 온실과 버섯재배시설은 농업진흥구역내 설치를 허용하고 있으면서도 첨단 작물재배시설인 스마트 팜은 제외하고 있다. 콘크리트 바닥이 아닌 흙바닥 위에 관련 시설이 설치됐다는 이유다. 성남시 판교 일대는 2017년 자율주행 시범단지로 지정됐지만 자율주행 버스는 운행할 수 없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판교지역만이라도 규제 적용 지역에서 제외시키는 '규제 샌드박스'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외면당하고 있다. 군사보호구역 내 건축물 용도변경 시 관할 군부대와 협의토록 한 규정을 완화하자는 목소리는 수십 년째 허공을 맴돌고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규제 전봇대'를 뽑아내고, 박근혜 정부는 '손톱 밑 가시'를 빼내겠다고 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문재인 정부도 혁신 성장과 규제 혁파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규제 완화의 속도는 느리고 강도마저 약하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할아버지 농민이 지구과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상한 규제'와 수십 년 아우성인 '한심한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혁신성장은 공염불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