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37)씨에게 평일 저녁의 취미 생활은 꿈 같은 얘기다.

주 52시간 근무가 시행된 지 2개월이 지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벨'이 확산되고 있지만, 당장 하루 벌이가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A씨는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 불황으로 매장 운영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만두는 직원이 있어도 충원은 할 수 없어 직접 나와 일하는 시간을 지난해보다 1∼2시간 정도 늘렸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가 시행된 지 2개월이 지나면서 여가 생활을 즐기려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지만, 정작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그림의 떡'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2일 유통·스포츠업계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가 정착되면서 평일 저녁 시간을 활용해 취미 생활을 즐기려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신세계·롯데백화점, 이마트 등은 올가을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평일 저녁 문화센터 강좌를 지난 분기보다 15∼50% 늘렸고, 일부 스포츠센터에선 수영 등 인기 강좌가 평일 저녁임에도 마감일 1∼2주 전에 신청이 모두 끝나기도 했다.

하지만 불경기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과 월 보수가 낮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주 52시간 근무 확산이 달갑지만은 않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의 '자영업자·소상인 최근 경기상황 조사'에서 지난해와 비교해 노동시간의 변동이 있다고 응답한 업체(31.0%) 중 근무 시간이 증가했다고 밝힌 응답은 83.9%에 달했다.

지난해 소상공인은 주 6일 이상, 하루 평균 10.9시간을 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 근로자들도 근무시간이 단축되면 아르바이트라도 뛰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50∼299인 미만 사업장은 오는 2020년 1월 1일부터 법이 적용된다.

도내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김모(33)씨는 "근로 시간이 줄어들면 각종 수당도 감소할 것이 뻔해 걱정이 앞선다"며 "기본급으로는 생활하기 어려워 '투잡'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