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가 대행체제 8개월 만에 새 총장을 선임했다.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은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기계공학과 조명우 교수를 15대 총장으로 최종 결정했다. 새 총장선임으로 학내 갈등과 실추된 인하대의 위상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기대와, 재단의 요구대로 운영하다가는 중도 하차한 전임 총장들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인하대가 최근 겪고 있는 위기는 총체적이다. 전임 최순자 총장은 인하대 개교 이래 최초로 해임되었다. 학교발전기금 130억원을 한진해운에 투자했다가 전액 손실과 관련하여 대학 관계자들이 검찰수사를 받았다. 교육부로부터 전임 총장과 사무처장, 예산과 재무 행정 직원에 대해 중징계 처분을 받고, 대학자율역량강화지원사업을 비롯한 국비지원사업 예산의 일부 집행이 중단됐다. 뿐만 아니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갑질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인하대 부정편입학 문제로 대학 이미지가 추락했다.

대학 발전방안과 관련하여 최대 현안인 송도캠퍼스 조성계획이 불투명하다. 인하대는 경제자유구역청으로부터 송도국제도시 11-1공구 내에 1천76억원 규모의 학교용지를 매입 계약하고 6개월 단위로 땅값을 내고 있지만 4천억원 내외로 추산되는 캠퍼스조성 비용의 조달방안은 불확실하다.

재단측과 학교 구성원 간의 인식차로 갈등의 골도 깊다. 인하대 교수회는 재단이 대학에 대한 지원은 하지 않고 지배만 하고 있는 구조를 벗어나지 않는 한 대학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법인으로부터 재정과 인사의 자율권을 확보하여 현재와 같은 과도한 개입과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 사태와 관련하여 조양호 이사장의 퇴진과 이사회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신임총장의 어깨는 무거워 보인다. 조명우 신임 총장이 3일 첫 교무회의에서 소통을 강조했다고 한다. 대화의 상대는 학생과 교수 등 대학구성원이 중심이다. 동문이나 재단, 지역사회는 그 다음이다. 대화와 소통으로 대학의 구성원들이 지혜를 모아 당면한 위기 극복의 계기를 찾아야 한다. 1954년 설립이래 공대 중심의 명문사학이었던 인하대가 개교이래 최대의 위기를 넘기 위해서는 학교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발전기금을 확보해나가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