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화장실에서 여성 신체의 은밀한 부위를 촬영한 '몰래 카메라'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중앙정부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도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범죄는 매년 급증하는데 현장 단속 결과는 '0'건에 그치고 있다. 실제로 경찰청이 지난 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0일간 전국 공중화장실 3만9천개를 조사했으나 몰래카메라를 단 한 개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공중화장실에서는 휴대용 몰카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데 고정식 몰카 단속에만 치우치다 보니 2차로 사이버상에 유포되는 범죄로 이어져야 단속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10일 경찰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사이버안전국에 설치한 '사이버성폭력 특별수사단'이 8월 13일부터 9월 7일까지 약 한 달간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총 570명을 검거했고 이중 28명을 구속했다. 지난 한 해 경찰이 적발한 불법 촬영, '몰카' 범죄는 6천465건으로 2013년(4천823건)보다 34% 증가했다. 인천의 몰카범죄는 2012년 93건에서 지난해 599건으로 무려 6배 증가했다. 대부분 인터넷에 불법촬영 동영상을 유포하거나 지하철, 쇼핑몰 등 공공장소에서 단속된 것이지, 공중화장실 몰카는 적발이 어렵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현재 각 지자체들이 실시하는 공중화장실 몰카 단속 방법을 보면 광학 장비를 이용해 고정식 카메라를 찾아내거나 관리인에게 초소형 카메라 설치가 가능한 벽 틈새, 구멍 등에 대해 시설 개선을 권고하는 수준이다. 시민들에게 몰카의 위법성을 알리고 시설 개선을 권고하는 게 잘못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수천 개에 달하는 공중화장실마다 단속 요원을 배치할 수 없는 일이다. 공중화장실에서 휴대용 몰카 범죄가 벌어지는데 고정식 몰카 단속에만 치우친다면 시민들의 비웃음을 살 일이다. 이미 단속을 통해 화장실 몰카범죄가 고정식 몰카로 사용된 게 아닌 것이 확인됐다면, 휴대용 몰카를 단속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최근 인천서구시설관리공단이 공중화장실 몰카를 예방하기 위해 화장실 칸막이 밑을 가리는 '안심스크린'을 도입해 설치했다. 전국적으로는 충북에 이어 인천에서는 서구가 처음으로 도입했는데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많은 예산이나 인력을 낭비하지 않고서도 작은 아이디어로 시민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캠페인이나 대대적인 시설 점검은 일시적인 효과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