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주택시장 안정대책'이 1주택자들의 희망사다리를 걷어냈다. '유주택자는 더 이상 집을 사지 말라"는 정부의 강력한 메시지 탓이다. 노무현정부보다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0.2%포인트 인상하고 다주택자 대출을 차단하는 등 '더 센' 내용을 담았다. 이번 대책은 문재인정부 출범 후 8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1년4개월 동안 두 달에 한 번 꼴로 부동산대책을 쏟아낸 셈이다.

9·13조치의 최대 수혜자는 무주택자들이다. 정부는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투기수요는 철저히 가려내고자 세제, 대출, 청약환경까지 집 없는 사람들을 최대한 배려한 것이다. 무주택자 대출조건은 종전과 불변인 데다 기존에 무주택으로 간주되던 분양권, 입주권 소유자를 유주택자에 포함시켰다. 주택청약 시 추첨제 물량도 무주택자에 우선 공급케 함으로써 무주택자의 당첨확률이 훨씬 높아진 것이다.

1주택자들의 불만이 비등하다. 대출규제는 언감생심이고 청약기회마저 크게 제한된 것이다. 2주택 이상 보유자들은 애초부터 1순위 자격이 없어 별다른 영향이 없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을 통해 주택평형 넓히기 혹은 지역 갈아타기를 준비 중인 1주택자들은 망연자실이다. 이번 조치로 추첨제 물량이 무주택자에 우선 기회를 주면서 사실상 인기지역에서의 당첨이 거의 불가능해진 때문이다. 치솟는 임대료 부담에 억지로 유주택자가 된 수많은 서민들은 더 이상 '적은 돈'으로 집을 늘리려는 꿈을 접어야할 판이다. 청약통장 무용론까지 대두되는 지경이다. '똘똘한 한 채'로 상징되는 고가주택 실거주자들의 불만도 점쳐진다. 비싼 집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세금폭탄을 맞게 생긴 탓이다.

정부는 21일에 발표할 공급대책까지 거론하며 이번 조치로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반토막 대책으로 평가했다. 일시적 집값 안정은 기대되지만 전월세 가격 상승이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다주택자의 경우 보유세 인상과 대출 전면 금지를 임대료 인상으로 대처하는 등의 조세전가는 불문가지인 것이다. 거래축소에 따른 경기부진은 더 달갑지 않다.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 집값이 더 오르는 기현상이 이번에 재연되지 않을지도 주목거리이다. 정책이 누구에게나 좋을 수는 없다지만 9·13대책의 성과를 가늠하기 어렵다. 부동산 시장 안정에 따른 출구전략부터 담았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