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1701001197100058561.jpg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중국과 태국, 필리핀 등지에 콜센터를 갖추고 저금리 대출을 빙자한 전화를 걸어 피해자 310여 명으로부터 68억 원 상당을 뜯어낸 보이스피싱 범죄단체 3개 조직을 적발, 86명의 조직원 가운데 71명을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사진은 이들이 범행에 이용한 수·발신 인터넷전화기 등 증거품. /연합뉴스

중국과 동남아에 보이스피싱을 위한 '콜센터'를 만들어 수십억원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힌 조직이 경찰에 검거됐다.

검거된 3개 조직원 중 구속된 이들만 70명에 달하며, 주범 중 한 명은 도주해 경찰이 추적중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외국에 콜센터를 갖추고 한국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보이스피싱을 저지른 혐의(범죄단체 등 조직, 사기)로 이 모(36)씨 등 3개 조직의 70명을 구속하고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5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질렀으며, 피해자 312명에게서 확인된 피해 액수만 68억 원에 달한다.

이들이 사용한 보이스피싱 방법은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돈을 송금하게 하는 것으로, 피해자들은 저금리 유혹에 속아 다른 대출을 받아 돈을 보냈다가 피해를 입었다.

이들은 금융기관에 대출금이 있는 피해자들에게 전화해 "신용등급이 낮아도 친인척으로 가장해 예외심사를 받으면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유혹해 "저금리 대출을 받으려면 먼저 상환 능력을 보여줘야 하니까 다른 은행에서 대출받자마자 대출금을 갚는 과정을 거쳐야 하니 대출을 받아서 불러주는 계좌로 이체하라"고 속여 돈을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올해 초 윤 모(28) 씨가 중국에 콜센터를 개설해 보이스피싱을 한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어 윤씨가 태국에 콜센터를 차린 이 씨로부터 범행 수법을 전수받은 정황을 포착했고, 필리핀에서도 콜센터가 운영된다는 다른 첩보까지 입수해 3개 조직을 수사해왔다.

그 결과 윤 씨가 운영한 중국의 조직에서 69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56명을 구속했다. 또 이씨의 태국 조직에서 12명을 입건해 11명을 구속하고, 필리핀 조직에서 4명을 입건해 3명을 구속했다.

주범인 윤 씨는 수사망을 피해 도주해 경찰이 추적 중이다. 윤씨가 운영한 중국 조직의 범행 액수는 56억 원으로 세 조직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낳았다. 검거된 보이스피싱 조직들은 한국에서 포섭한 상담원을 외국 콜센터로 데려가 일을 맡겼고, 조직을 떠나려 하면 폭행하거나 협박해 탈출을 막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상담원들은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된 20대 초반이 많았는데, 이들은 범죄수익을 제대로 배분받지 못했고 감금·폭행·갈취 피해자이기도 했다"며 "유인책의 감언이설과 실상은 많이 다르다"고 경고했다. 

/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