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내 시설 복구·사용 전망
화상 상봉·영상 편지 우선 도입
'고통 줄여줄' 실질적 조치 평가
"고령자 많아… 연락 수단 필요"

남북 정상이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금강산에 이산가족 상설면회소를 설치하기로 합의한 소식이 알려지자 이산가족들은 '곧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남과 북이 금강산 지역에 이산가족 상설면회소를 빠른 시일 내 개소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면회소 시설을 조속히 복구하기로 하였다"는 내용이 담긴 '9월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했다.

남북 정상이 이날 상설면회소를 조기 개소키로 함에 따라 현재 금강산 면회소 시설이 복구돼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강산 지역에는 우리 정부가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확대를 위해 남북협력기금에서 대한적십자사에 총 공사비 550억원을 무상지원해 세워진 면회소가 있다.

이와 함께 남북 정상은 '적십자 회담을 통해 이산가족의 화상 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명시했다. 이는 이산가족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이산가족의 고통을 줄여줄 실질적인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소식에 이산가족들은 북에 있는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다.

이인창(89·함경남도 북청군 출신)옹은 "한국전쟁 때 인민군에 징집됐다 탈출해 남한으로 내려와 한국군에 입대하는 바람에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며 "고향에 동생 2명이 있는데 동생들도 이젠 칠순, 팔순이 넘어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많지가 않기에 하루빨리 동생들을 만나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명창식(99·평안북도 영변 출신)옹은 "고향에 남아 있는 여동생 2명을 위해 매일 기도했는데 이제는 꿈에 그리던 혈육을 실제로 만날 날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며 "지난 8월 열린 '광복절 계기 이산가족 상봉'에 신청했다가 떨어져 상심이 컸는데 면회소 개소를 계기로 더 많은 이산가족에게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심구섭(83·함경남도 함흥 출신) 남북이산가족협의회 대표도 "상설면회소 조기 개소를 두 손 들고 환영한다. 남북에 갈려 있는 이산가족 대부분이 90세가 넘은 고령자가 많기 때문에 장시간 이동하기 어려운 분들도 있다"며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고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연락 수단이 먼저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박경호·이준석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