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9월 평양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남북한 군사긴장 완화와 경제협력·민간협력 분야에서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직접 언급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북한 비핵화 실행 방안은 담지 못했다. 북한 비핵화는 여전히 숙제로 남긴 아쉬운 평양회담이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연내 서울을 방문한다는 건 주목할 만하다. 서해 상 평화수역·시범적 공동어로구역 설정, 남북 각각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 11개 시범철수, 군사분계선(MDL) 일대 비행금지구역 확대 등의 내용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합의였다. 전쟁위험을 제거하고 적대관계 종식의 초석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건부지만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을 우선 정상화 하기로 합의한 것도 큰 점수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두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될 때 가능한 것이다.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쟁에 대한 공포는 사라지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선언문 서명 후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은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도 합의했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머지않았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실천 조치를 기다렸던 국내외의 기대에는 못미쳤다.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분명한 입장을 끌어내지 못한 점은 아쉽다. 아무리 관련국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해도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폐쇄로 비핵화 방안에 합의했다는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 2007년에도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 파괴 장면을 전 세계에 공개한 적이 있다. 그러나 검증 수위를 둘러싼 갈등만 양산했을 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 회담의 목적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와 핵물질의 신고와 검증, 나아가 폐기에 대한 시간표를 확답받는 것이었다. 미국이 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6·12 북미회담 이후 북한은 '선 체제보장, 후 비핵화'를 집요하게 요구했고, 반면 미국은 '선 비핵화, 후 체제보장'을 주장하며 맞서왔다. 이런 상황에서 열린 이번 회담은 두말할 것 없이 북한의 비핵화가 핵심의제였다.

청와대는 스스로 "이번 평양선언은 실질적 종전 선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종전선언은 그저 말로 선언한다고 되고 말고 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수백번 종전을 선언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한 눈앞의 평화는 단지 신기루에 불과하다. 우리에겐 여전히 따듯한 가슴보다 냉철한 이성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