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이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웨이퍼 세척 업무를 하다 '전신성경화증(자가면역계 질환 중 하나로 희귀난치병)' 진단을 받고 투병한 여성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뒤늦게 인정했다.

20일 근로복지공단 등에 따르면 공단 산하 경인업무상질병 판정위원회는 고(故) 이혜정(사망 당시 40세)씨의 유가족에게 산재 유족급여, 장의비, 요양급여 등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위원회는 "과거 이 사업장에서 유기용제 노출이 있었고 정황상 열악한 환경적인 요인이 발병에 영향을 미쳤거나 최소한 이를 촉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직업적 유기용제 노출이 전신성경화증의 발병위험을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있고, 결정형 실리카 분진, 유기용제 등이 신청 상병의 발병에 기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앞선 2014년 10월 이씨가 생전에 신청한 산업재해 승인 제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화학물질 노출 수준이 낮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씨는 1995년 9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 입사해 가장 오래된 1라인의 디퓨전 공정(웨이퍼에 특정 불순물을 주입해 반도체 소자 형성을 위한 특정 영역을 만드는 작업)에서 화학물질이 담긴 수조에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담갔다 뺐다 하는 세척 업무를 했다.

3년 여 만에 퇴사한 이씨는 결혼 후 세 자녀를 키우며 살다 2008년부터 전신성경화증 증상을 앓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서서히 장기들이 굳어가고 손끝 등에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괴사되는 희귀병이다.

이종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상임활동가(노무사)는 "늦었지만 공단의 산재인정 결정에 대해 환영하지만 고인 생전에 이러한 결론에 이르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