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젊은 시절 마약에 손을 댄 A(57)씨는 마흔을 넘어서고는 술에 의지하며 세월을 보냈다. 마약은 끊었지만 대신 알코올 중독증이 그를 괴롭혔다.

2015년 11월 21일. 그날도 A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인천 한 대리운전업체 사무실에서 친구와 함께 술을 마셨다.

취기가 오르자 그는 친구에게 "왜 너 B(당시 56세)씨랑 내 험담을 하고 다니느냐고"고 따졌고, 친구는 "그런 적 없다"고 언성을 높였다.

결국 A씨는 같은 건물 4층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B씨에게 연락해 삼자대면을 하자며 1층으로 내려오라고 했다.

B씨도 A씨로부터 같은 추궁을 받자 "욕하고 다닌 적 없다"며 대거리를 했고, 둘의 말싸움은 몸싸움으로 번졌다.

술에 취해 순간적으로 격분한 A씨는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사무실 테이블 위에 있던 흉기로 B씨를 찔러 숨지게 했다.

A씨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를 향해 흉기를 한 차례 휘둘렀는데 피해자가 우연히 맞아 사망한 것"이라며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흉기에 찔린 부위와 상처 등을 볼 때 피해자가 방어를 했음에도 위험한 부위인 목에 깊은 상해를 가했다"며 "설사 계획적으로 살해 의도를 품지 않았더라도 그런 범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할 거라는 인식을 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과 상고심에서도 모두 A씨의 상소가 기각되면서 1심 판결이 확정됐다.

끔찍한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B씨 아내는 정부에 범죄 피해자 구조금을 신청했고 심의를 거쳐 2016년 3월 7천800여만원을 받았다.

정부는 이 범죄 피해자 구조금 7천여만원은 가해자이자 배상 책임이 있는 A씨를 대신해 지급한 것이어서 이를 돌려받아야 한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인천지법 민사2단독 이석재 판사는 정부가 A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판사는 살인 피해 유족에게 정부가 준 범죄 피해자 구조금과 같은 금액인 7천800여만원을 정부에 지급하라고 A씨에게 명령했다.

이 판사는 "피고는 살인이라는 불법 행위를 저질렀고 피해자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민사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범죄 피해자 구조금 심의회가 열리는 것을 알지 못해 의견을 낼 수 없었다"며 "구조금에 해당하는 구상금을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판사는 "범죄피해자 보호법에는 심의회를 열면 가해자에게 통지하거나 의견을 낼 기회를 주도록 규정하지 않고 있다"며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