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경우든지 익명 신고불가
문서 제출할때 인적사항 노출
구조금 절차 어려워 신청 기피


공익신고자들이 조직 내부에서 배신자 또는 내부고발자로 내몰리며 피해를 입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27일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 등에 따르면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진정·제보·고소·고발한 공익신고자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다.

이 법은 공익신고 방법 및 신고자 보호·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신고자는 익명성을 보장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신분노출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 하더라도 보상받을 길이 없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법 8조에는 공익신고자는 각종 문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및 연락처 등 인적사항이 포함돼 있다. 인적사항을 공개하기 어려운 경우 변호사를 대리로 내세울 수 있다. 어떤 경우든지 익명으로 신고할 수 없는 구조다.

또 '누구든지 공익신고자 등에게 공익신고 등을 이유로 불이익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법 조항에도 불구하고 신고자가 불이익을 받게 될 경우 구조금을 신청할 수 있는데 절차가 번거로울 뿐 아니라 조건도 까다로워 신고자들이 신청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교육부 직원의 공익제보 유출로 해직된 A대 B교수도 학교를 상대로 해직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법적 다툼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부나 권익위의 도움은 받지 않고 있다.

B교수는 "공익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구체화하고 신고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신고자를 보호하는 실질적인 대책이 없다면 공익제보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권익위는 지난해 10월 31일 법을 개정해 신고자에게 해고 등 불이익조치를 취하면 손해액의 최대 3배를 물어야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도입했지만, 가해자 처벌에만 중점을 두고 신고자 보호에 대해서는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인지방병무청 공익신고자 A씨는 "나를 포함한 다른 공익신고자들은 어느 정도의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조직의 잘못을 알렸을 테지만 생계를 위협받는 등의 피해는 법이 막아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준석·손성배기자 ljs@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