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자치단체에 최고 80억원까지 국·도비가 지원되는 문예회관건립사업에 일선시·군이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자치단체장들이 재임중 전시성 치적홍보용으로 이용하기위해 지원을 받아 우선 짓고보자는 식으로 앞다퉈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재정규모나 지역의 문화수요 등에 대한 고려없이 마구잡이식 문예회관건립에 나서면서 예산낭비와 공사지연 등 만만치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장기계획에 의한 부지매입과 자금조달방안 등 세부계획 없이 무리하게 사업에 착수했다 낭패를 보고 있는 것이다.

   ▲현황=현재 도내에는 성남 안양 안산 고양 하남 오산 포천 등 7개 시·군이 총사업비 3천950억여원을 들여 문예회관 신축 공사를 진행중이다. 또 시흥 화성 의왕 남양주 구리 등 문예회관이 없는 5개시도 3천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문예회관 신축을 계획하는 등 문예회관건립사업에만 7천억원대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

   공사가 진행중인 7개 시·군에 지원된 국·도비도 현재 352억원에 달하고 올해에 지원될 예산도 75억원에 달하고 있다. 특히 문예회관건립을 추진중인 5개 시까지 문예회관 건립사업에 참여할 경우 13개시·군에 대한 국·도비 지원규모는 1천억원대를 넘어서게 된다.

   ▲부작용=지난 99년 문예회관 건립에 나선 하남시는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35억여원의 국·도비 지원만 받은 채 공사 착공은커녕 부지매입비용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시는 오는 10월 공사착공을 계획하고 있지만 실행여부는 불투명하다.

   지난 95년부터 문예회관 건립을 추진중인 포천군도 사정은 다를 바 없다. 국도비 65억원을 모두 지원받았지만 8년이 지난 현재 회관공사의 공정률은 61%에 머물고 있다. 사업추진 7년째를 맞고 있는 오산시도 올해 13억원의 국도비를 마지막으로 지원받지만 현재 회관의 공정률은 70%에 불과하다.
이밖에 지역문화수요를 감안하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회관건립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부분의 시·군들이 예술의전당을 모델로 삼아 1천500~2천석 규모의 대공연장과 400~900석의 소규모 공연장 등을 갖춘 대형 문예회관을 계획하면서 건립이후 운영상의 문제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도내에서 문화예술 행사를 가장 내실있게 치른다는 안양, 군포, 의정부시 등도 연 200회 이상의 공연을 치르고 있지만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양시의 경우 지난해 25억원의 예산을 투입, 문화행사를 벌여 35만명의 관람객을 동원했지만 수익은 고작 3억5천만원에 불과했다.

   ▲능력부족 지자체의 사업참여=이처럼 문예회관 건립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것은 재정규모가 열악한 지자체가 선전효과만 노린 채 치밀한 계획없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하남시와 포천군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각각 46.4%와 37.5%에 불과 도내 평균 75.8%에도 훨씬 못미쳐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문예회관건립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것이 일선 실무자들의 설명이다.

   또 7년 이상 사업을 끌어온 오산시도 재정자립도가 50.1%에 불과 애초 240억원이 투입되는 문예회관건립을 추진할 능력이 부족했다.

   문화계 관계자들은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문예회관은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문예회관 건립을 추진하는 지자체에 대해서는 재정규모와 문화수요 등 제반사항을 모두 따져 지원을 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