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이 자신을 성적으로 비하한 것 때문에 자존심을 회복하려고 비슷한 내용의 '되갚기식' 음란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면 처벌 대상이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문자메시지가 상대방과의 성적 관계를 욕망하는 내용이 아니지만, 성적 자존심을 회복해 심리적 만족을 얻으려는 동기를 지녔으므로 성적 욕망을 표출한 행위로 보고 사법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취지다. 통신수단을 이용한 음란행위의 처벌 대상이 한층 넓어졌다는 평가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모(55)씨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 취지로 징역 8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전부 유죄 취지로 수원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8월 헤어진 연인에게 은밀한 신체 부위를 저급한 표현으로 비하하고 조롱하는 음란문자를 총 22차례 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동일한 피해자에게 상대로 '연인 시절 빌려 간 돈을 갚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내용 등의 문자를 총 25차례 보낸 혐의(협박)도 받았다.

이씨는 "피해자가 전 남자친구의 은밀한 신체 부위 크기를 자신과 비교하는 발언을 해서 화가 난 나머지 연인관계를 정리하면서 신체 비하 문자를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적 욕망을 목적으로 한 음란행위가 아니라는 취지다.

성폭력처벌법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하게 할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이용해 음란행위를 한 경우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처벌한다.

1심은 별도의 판시 내용 없이 이씨의 행위가 성적 욕망을 유발하려는 목적으로 행해진 통신매체이용음란행위에 해당한다며 협박죄와 함께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피해자의 성적비하 발언에 화가 나 피해자에게 수치심이나 불쾌감 등을 주기 위해 문자를 발송한 것일 뿐 성적 욕망을 유발하려는 목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며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가 무죄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성적으로 열등한 취급을 받았다는 분노에 피해자의 성기를 비하·조롱하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함으로써 피해자에게 자신이 받은 것과 같은 상처를 준 것"이라며 "동시에 자신의 손상된 성적 자존심을 회복하는 등의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 역시 성적 욕망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에게 수치심, 심적 고통 등 부정적 심리를 일으키고자 문자를 발송한 것만으로는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하게 할 목적이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