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 살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8년째 복역 중인 무기수 김신혜(41) 씨가 다시 재판받는다. 사건 발생 18년, 재심 결정 3년 만의 일이다.
지난 3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법원의 김씨 사건 재심 결정에 대한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하고 재심 개시를 확정했다. 이는 복역 중인 무기수의 첫 재심 확정 사건이다.
김씨는 2000년 3월 자신을 성추행한 아버지에게 수면제가 든 술을 마시게 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돼 2001년 3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김씨는 전남 완도 고향 집 부근 도로에서 숨진 채 발견된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시신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된 점, 김씨가 아버지 앞으로 상해보험 8개에 가입한 점 등을 토대로 김씨를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봤다.
김씨는 고모부 권유로 사건 발생 하루 만에 자백했고 경찰은 김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당시 김씨가 사건 발생 두 달 전 이복 여동생으로부터 "아버지에게 강간당했다"는 말을 들었고 자신도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한 사실 때문에 아버지를 살해한 사실을 자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남동생이 용의 선상에 올라 대신 자백했다"며 아버지의 성추행은 없었고, 자신이 아버지를 살해한 일도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또 모든 진술이 경찰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며 수사 과정이 부당하다고 했다.
복역 중에도 노역을 거부하며 억울함을 호소한 김씨의 사연은 언론매체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재심 촉구 청원이 이뤄지는 등 여론이 들끓었다.
김씨는 대한변호사협회 등의 지원을 받아 사건 발생 15년 만인 2015년 1월 재심을 청구했다.
같은 해 11월 광주지법 해남지원은 경찰 수사의 위법성과 강압성이 인정된다며 김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검찰은 항고했고, 지난해 2월 광주고법이 이를 다시 기각했다. 검찰은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대법원의 재심 확정으로 김씨의 재심 공판은 사건 발생지이자 1심 재판이 진행된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 다시 열리게 된다.
재판부가 당시 수사대로 보험금을 노린 김씨의 살인으로 결론을 내릴지, 아니면 강압·부실수사의 희생양으로 무죄로 판단할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이번 재심 결정 근거가 수사 과정에 대한 부당함이었기 때문에 실제 김씨의 유·무죄 여부는 재판 과정에서 다시 가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더라도 검찰이 항소하면 또다시 항소심을 받아야 하고 여기서 무죄가 나오더라도 상고하면 다시 상고심인 대법원 판단을 받아야 한다.
이처럼 재심 개시 확정에 이어 1심, 항소심, 상고심까지 재판이 이어지면 김씨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은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