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그룹 오너 일가가 대출을 위해 금융기관 등에 담보로 잡힌 계열사 주식의 가치가 11조7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자녀 세대의 주식담보 비중이 부모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 경영권 승계나 증여를 위한 자금 마련이 목적인 것으로 추정됐다.

4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100대 그룹 가운데 상장 계열사를 보유한 92개 그룹의 오너 일가 679명의 주식 담보제공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달 말 현재 51개 그룹 178명이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잡힌 것으로 집계됐다.

오너 일가 4명 가운데 1명 이상이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셈으로, 담보 설정한 계열사 주식의 가치는 총 11조7천437억원에 달했다.

이는 100대 그룹 오너 일가의 전체 보유주식 가치(114조4천635억원)의 10.3%에 해당하는 것으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그룹별로는 한진중공업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 비중이 95.4%로 가장 높았다.

두산이 93.6%로 뒤를 이었고 ▲ 아이에스동서(87.9%) ▲ 금호석유화학(84.3%) ▲ DB(71.2%) ▲ 현대(69.2%) ▲ 효성(56.5%) ▲ 유진(56.1%) ▲ 한진(53.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대림, 영풍, 한국투자금융, 한국타이어 등 35개 그룹은 오너 일가가 계열사 보유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게 전혀 없었다.

재계 1위인 삼성의 경우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2.45%)만 유일하게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제공해 전체적으로 주식담보 비율이 0.16%에 그쳤다.

개인별로는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상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허동섭 한일시멘트 회장의 자녀인 서연·서희 씨가 보유주식 100%를 담보로 잡혔다.

이들을 포함해 담보 비중이 90% 이상인 오너 일가가 모두 28명이었는데,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99.98%)을 비롯한 두산가(家)가 14명에 달해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주식담보 비중을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로 나눠 보면 자녀 세대가 12.1%로, 부모 세대(9.4%)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CEO스코어 관계자는 "자녀 세대의 경우 증여받은 지분에 대해 증여세나 상속세를 내기 위해, 혹은 지배기업 지분 확보 등을 위해 주식을 담보로 잡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