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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받은 '칭찬 상장'을 들고 홍형표(64)씨가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대기업 재직시절 '특진'했던 경험보다 벅찬 순간이었습니다"

지난 2일 오후 5시께 경인일보 편집국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자신을 수원시 권선동의 '권선자이e편한세상' 경비원이라고 소개한 홍형표(64)씨는 한껏 흥분한 목소리로 방금 겪은 일화를 설명했다.

그는 "앳된 모습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우리에게 고맙다며 편지를 보내왔다. 학생들에게 고마워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이런 내용도 기사가 되느냐"며 멋쩍게 웃었다.

이날 저녁 단지 안 경비실에서 만난 홍씨는 학생들에게 받은 10여 통의 편지와 '칭찬 상장'을 펼쳐 놓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세상을 깨끗이 만들어 주셔서 고맙다는"는 내용의 편지부터, "일을 혼자 하시느라 힘드시죠. 이제 경비아저씨가 힘드시지 않게 돕겠다"는 다짐의 편지까지 고사리 손으로 써내려 갔을 편지 하나 하나에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홍씨는 "요즘 갑질을 당한 경비원들에 관한 뉴스가 쏟아져 나오는데, 이런 훈훈한 일도 있다는 소식을 알리고 싶었다"며 "아이들이 이런 마음을 갖고 성장해 나간다면, 점점 살기 힘들어진다는 한국에도 희망이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훈훈함을 자아낸 주인공들은 단지 내 선행초등학교 2학년 1반 학생들이다. '우리 동네'를 주제로 진행된 교육활동에서 학생들이 직접 아파트 단지 내 경비원들에게 편지를 써보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담임교사인 최난실(46)씨는 "편지들을 살펴보면 단순 감사하다는 인사 정도가 아니라, 아이들이 평소 느낀 진심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며 "아이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데 의미가 있고, 아이들의 진심이 경비원분들에게 전달 된 것 같아 만족스러운 활동이었다"고 전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