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어처구니 없다" 반응
송유관 인근 위험지역 떠올라
전문가 일제점검 필요성 제기
지난 7일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 휘발유 탱크가 폭발, 대형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10월 8일자 27면 보도) 이번 사고가 '풍등'에 의한 화재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8일 고양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 풍등을 실수로 날려보내 불을 낸 혐의(실화)로 스리랑카 국적 외국인 노동자 A(27)씨를 검거해 조사 중이다.
그러나 화재원인을 놓고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풍등'이 대형 저유소에 날아들어 화재가 발생 된 것 자체를 놓고 '어처구니 없는 사고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번 화재는 지난 7일 오전 10시 56분께 옥외탱크 14기 중 하나인 휘발유 탱크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탱크에 있던 휘발유 440만ℓ 중 남은 물량을 다른 유류탱크로 빼내는 작업과 진화작업을 병행한 끝에 17시간 만인 이날 오전 3시 58분께 완전히 꺼졌다.
당국은 진화 후 화재 원인 규명 조사에 나섰고 CC(폐쇄회로)TV를 통해 풍등이 저유소로 날아든 장면을 확인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실제 저유소는 고양을 비롯해 판교·대전·천안 등 4곳에 있으며 이곳 또한 이번 화재처럼 언제든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 그래픽 참조
이 같은 상황에 판교에 위치한 유류공급의 핵심시설인 판교 저유소는 물론 인천·울산·온산·추풍령·여수·곡성·전주·천안·당진 등 송유관을 따라 주요 거점 12곳에 설치된 펌핑장, 정유공장에서 저유소를 연결하는 송유관(1천200㎞)도 위험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원 시민 김모(45)씨는 "대형 저유소에 풍등이 날아들어 화재가 났다니 믿을 수 없다"며 "수원지역에도 송유관이 매설된 것으로 아는데 이 같은 관리 행태로 사고가 발생 될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듯해 무섭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전국에 분포된 유류배급·저장 시설에 대한 일제 점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용재 경민대학교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유류 시설의 화재는 일반 화재와 같은 시선으로 볼 수 없다. 불이 워낙 삽시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방재 시설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하더라도 불길을 막지 못할 확률이 높다"며 "점검을 통해 화재 발생의 요소를 찾아 제거·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재영·이준석기자 kjyo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