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적폐청산' 수사에 투입된 파견 검사들의 상당수가 수사를 마무리한 뒤 검찰 내 주요직인 서울중앙지검·대검찰청·법무부로 발령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주광덕(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검에 파견된 평검사 30명 중 18명(60% 상당)이 현재 서울중앙지검 소속이다. 1명은 대검찰청, 1명은 법무부에서 근무 중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호 키워드인 '적폐청산'을 위해 서울중앙지검이 전국지검·지청에서 무더기 검사파견을 받았고, 현재 그들 대부분이 서울중앙지검에 영전해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지난해 말 각종 적폐청산 수사 인력 충원 차원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대거 파견된 검사들로,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검사 242명 중 97명(40.1%)이 적폐청산 수사에 참여했다. 이는 중앙지검에 몰린 적폐청산 관련 사건들이 약 20건에 달했기 때문이다.
공안부와 공공형사수사부, 외사부로 구성된 국가정보원 수사팀(팀장·박찬호 2차장검사)은 국정원의 민간인 댓글부대 운영 이혹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 등을 수사했다. 한동훈 3차장검사의 특수부와 첨단범죄수사부 등에서도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 화이트리스트(보수단체 지원) 의혹,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 의혹 등을 맡았다.
파견 당시 검찰은 각 지청에 "내년 검사 정기인사 때 중앙지검으로 발령받을 검사들을 먼저 데려온 것"이라는 취지의 설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광덕 의원은 "서울중앙지검·법무부 등에 가는 건 검사들에게 기회로 여겨진다"며 "마치 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열심히 하면 중앙지검에 보내주겠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며 비판했다.
특히 적폐 수사가 끝난 뒤 이번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터지면서 새롭게 서울중앙지검에 파견된 검사의 수도 상당하다.
주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시절 법원행정처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이후 한달 내에 22명의 검사들이 서울중앙지검으로 파견됐다.
법조계 일각에선 "적폐청산 수사 때문에 민생사건 처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주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검찰의 민생침해사범 신속처리율은 ▲2015년 85.8% ▲2016년 84.3% ▲2017년 82.7%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사건 접수 후 종결되지 않은 미처리 사건 비중이 높아졌다고 주 의원측은 분석했다.
수도권 지검의 한 검사는 "차출되는 검사들이 많을수록 민생사건을 전담하는 형사부 검사들이 고소·고발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어려워지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