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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경기 일산동부경찰서에서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피의자 A(27·스리랑카)씨가 유치장에서 풀려나고 있다. /연합뉴스

'고양 저유소 화재'의 피의자 A(27·스리랑카)씨는 10일 유치장에서 풀려나자마자 연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A씨는 이날 오후 4시 30분께 경기 일산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석방됐다. 중실화 혐의로 긴급체포된 지 꼬박 48시간 만이다.

현재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A씨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차에 오르기 전까지 "고맙습니다"라고 재차 인사했다.

다만 "저유소가 있는 걸 몰랐느냐"는 질문에만 "예"라고 짧게 답했다.

검은색 모자를 눌러쓴 A씨는 취재진의 등장에 다소 당황한 기색이 있었으나, 중간중간 밝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A씨의 변호를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최정규 변호사는 석방 소식에 "너무 당연한 결과"라면서 "실수로 풍등을 날렸다가 불이 난 걸 가지고 외국인 노동자를 구속한다는 것은 국제적인 망신"이라고 강조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고양경찰서는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 차례 신청했으나,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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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저유소 화재' 스리랑카인, 유치장서 석방. 사진(시계방향)은 경찰이 공개한 CCTV에서 A씨가 날린 풍등을 향해 뛰어가는 모습, 풍등이 저유소 쪽으로 떨어지는 모습, 저유소에 폭발이 일어나는 모습, 저유소에 풍등이 떨어진 뒤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연합뉴스=고양경찰서 제공

A씨는 지난 7일 오전 10시 34분께 고양시 덕양구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 인근 강매터널 공사장에서 풍등을 날려 폭발 화재를 유발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날린 풍등이 휘발유 탱크 옆 잔디에 떨어지며 불이 붙었다.

경찰은 이 불씨가 저유탱크 유증환기구를 통해 들어가며 폭발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전날 인근 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캠프 행사에서 날아온 풍등을 주워 호기심에 불을 붙여 날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폭발 화재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휘발유와 저유시설 등 약 43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 결과 드러난 대한송유관공사 측의 과실을 질타하는 여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호기심에 풍등을 날린 A씨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