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려나는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피의자<YONHAP NO-3792>
풀려난 실화 피의자 "고맙습니다" -10일 오후 고양 일산 동부경찰서에서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피의자 D(27·스리랑카)씨가 유치장에서 풀려나면서 한국어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D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D씨는 긴급체포된 지 48시간 만에 풀려났다. /연합뉴스

800m거리 초교 8년째 '사고 불씨'
홍철호의원 "복구대 미운영 위법"
송유관공사의 '18분 무조치' 지적
"실화 외국인 처벌 가혹" 청원도


스리랑카 국적 외국인 노동자 D(27)씨가 쏘아 올린 풍등을 앞서 띄운 S 초등학교가 소방당국의 만류에도 매년 풍등 행사를 진행해 온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이 때문에 D씨가 아니더라도 고양 저유소 화재는 언제라도 터졌을 예고된 인재(人災)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고양소방서 등에 따르면 저유소에서 불과 800m 거리의 S 초등학교는 지난 2011년부터 8년째 '아버지와 함께 하는 캠프'의 일환으로 풍등 행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안전상 이유로 소방서 측이 풍등 행사를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아예 소방서와 별다른 협의 없이 풍등 행사를 강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면서 제대로 된 안전관리 없이 1천원짜리 풍등 하나가 국가 기간시설인 고양 저유소의 대규모 화재를 유발했다는 어처구니 없는 사실(10월 10일자 7면 보도)에 국민들의 비판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경찰이 총체적 안전관리 부실에 대한 지적 없이 모든 책임을 외국인 노동자 D씨에게 돌리려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면서 이에 대한 비난도 거세다.

고양경찰서는 이날 D씨에 대한 중실화 혐의로 신청한 구속영장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서 기각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8일 오후 4시 30분께 D씨를 긴급체포해 지난 9일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1차례 반려돼 10일 오후 재신청한 바 있다.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저유소 화재에 대한 스리랑카인의 가혹한 처벌은 부당합니다" 등 내용의 글이 연속적으로 게시되기도 했다.

이 같은 여론이 커지자 화재의 원인을 '풍등'이 아닌 안전 관리 미흡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제기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철호(자유한국당·김포을)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가 저유소 화재 사고 초기에 비상사태를 발령하고 자위소방대나 긴급 복구대를 운영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못한 것 자체가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D씨가 날린 풍등 불씨가 기름 탱크 주변 잔디를 18분간 태우는 동안에도 공사 측은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자 경찰은 뒤늦게 수사팀을 확대해 송유관공사 측 과실 혐의에 대해 집중 수사에 나섰으나, 국민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하는 '뒷북수사'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한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도내 5곳 대형 저유소 시설에 대한 소방 특별조사를 긴급 지시했다.

/정의종·김재영·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