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후반기 첫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2번째 국정감사다. 지난해 국감은 온통 박근혜 국정농단이 모든 이슈를 차지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국감이야말로 남북관계와 외교·안보, 경제 정책 등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국정 전반을 따지는 실질적인 국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예산정보 유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임명 강행 등의 후유증이 여전히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아 이를 빌미로 여느 때 국감처럼 정쟁으로 빠지지 않을지 우려된다.

최근 악화 된 경제지표를 내세워 야당은 고용 부진과 성장률 악화를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 정책 탓으로 몰아세우며 정부 경제정책 실패에 공격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부동산 정책,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두고도 여야간 격론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박근혜 정부 때부터 누적된 경제 실패를 물고 늘어지며 책임론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이며, 특히 최대 치적으로 생각하는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를 촉구하면서 야당에 공세를 취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즉 이번은 경제와 안보 국감이 될 것이다.

어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국감 증언대 출석을 두고 여야가 의사진행발언을 앞다퉈 신청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했다. 국감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시간끌기' 전략이다. 이뿐이 아니다. 증인들을 불러다 놓고 고압적인 태도와 질문으로 일관하는 '의원 갑질'도 구태다. 증인이 답변을 하기도 전에 호통을 치거나, 질문시간에 마치 선거 유세를 방불케 할 정도로 의원 혼자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국감 단골 꼴불견이다. 이제 이런 구태는 사라져야 한다.

국감 20일간 피감기관만 700여 개에 이른다. 국민이 이해할만한 성과를 거두기엔 피감기관 수가 너무 많다. 특히 올해 국감은 과거 어느 때보다 쟁점이 많다. 자칫 형식적인 국감이 될 가능성도 높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파에 휩쓸려 소모적인 논쟁으로 이어질 경우 예산 낭비라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정확하게 정책의 방향을 캐묻고 잘못이 있으면 대안을 찾는 건설적인 국감이 되길 바란다. 우리는 그동안 단 한 번도 멋진 국감을 본 적이 없다. 행정부 전반을 점검하고 확인하는 가장 기본적인 국감 본연의 취지를 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 국민은 정쟁 없는 국감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