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자체 조사를 거쳐 징계위원회를 열고 해당 법관에게 경징계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검찰은 재판개입 혐의가 짙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임성근(54)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다.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던 2016년 1월 약식명령이 청구된 두 프로야구 선수의 도박사건과 관련해 법원 사무직원과 담당 판사를 통해 재판에 관여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 부장판사는 김모 판사가 사건을 정식 재판에 넘겼다는 보고를 받고 사무직원에게 공판절차 회부 결정문 송달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다. 김 판사에게는 "다른 판사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고 처리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은 2014년 11월 말 마카오 카지노에서 4천만원대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로 두 선수에 대한 약식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 이후 담당 재판부는 검찰이 청구한 대로 벌금형 약식명령을 확정했다. 사건을 맡은 담당 판사의 애초 결정이 사실상 번복된 셈이다.
다만 해당 판사는 법원 조사에서 본인 스스로의 결정으로 약식명령을 내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담당 판사의 진술은 임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 수위를 정하는 과정에서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수석부장으로서 "다른 판사의 의견을 더 들어보라"고 한 말을 두고 어느 정도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도 징계의 쟁점이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도 재판개입으로 여겨질 만한 사안에 대해 견책 처분에 그친 것은 지나치게 가벼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법조계 일각에서 나온다.
대법원은 "사법행정권의 정당한 범위를 벗어나서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관으로서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사유를 밝히면서 견책 처분했다. 견책은 법관징계법이 규정한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로, 서면 훈계만 한다.
검찰 관계자는 "직권남용 혐의로 형사고발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실제로 재판 결과가 뒤집힌 것인지를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임 부장판사는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수사 당시 사법부가 법관을 상대로 한 수사 확대를 막으려고 영장전담 판사를 통해 검찰 수사기밀을 빼돌렸다는 의혹에도 연루돼 있다.
그는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이 과거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도박사건을 봐줬다는 의혹을 제기해 검찰 조직에 치명상을 입히는 방안을 구상한 '김수천 부장 대응방안' 문건작성에 관여한 혐의로 최근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