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전국 사립유치원 비리 현황으로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간혹 보도됐던 유치원 비리 사건에도 불구하고 버리지 않았던 교육기관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완전히 붕괴된 탓이다.

정부는 2012년부터 매해 누리과정 예산 2조원을 사립유치원에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박 의원이 공개한 17개 시도 교육청의 2013~2018년도 유치원 대상 감사자료에 따르면 유치원 1천898곳에서 5천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비리내용과 횡령수법은 그야말로 목불인견이다. 고급차량 유지와 명품가방 구입에 돈을 썼고, 납품업체와 가짜 계약을 통해 뒷돈을 돌려받는 수법 등을 보면 결코 교육자로 인정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 마저도 감사에 승복한 결과이고 박 의원은 감사에 불복한 사례까지 모아 추가공개를 예고한 상태다.

법적 교육기관인 사립유치원의 국고지원금 불법비리 만연 현상은 교육현장 종사자의 도덕불감증 탓이 크지만, 혈세를 지원하고 관리를 포기한 정부의 직무유기 탓도 그에 못지 않다. 정부는 사립유치원만 국가관리 회계시스템에서 제외하고 있다. 올 초 이 시스템에 사립유치원을 포함시키려다 포기했다고 한다. 사실상 예산을 지원하고 원장이 마음대로 쓸수 있도록 방치한 셈이다. 그 결과 유치원생의 급식은 부실해졌고, 유치원 교사 처우는 최악이다. 정부 지원금을 제대로 활용한 유치원만 바보가 됐다.

국민의 현장 경험에 비추어보면 사립유치원의 국고지원금 횡령 비리는 빙산의 일각이다. 국고지원금과 보조금을 약탈하는 행위는 사실 정부의 국고지원 및 보조사업 전체에 만연한 것이 현실이다. 정부의 많은 사업에서 재정투입에 비해 결과가 미미한 사업들이 얼마나 많은가. 고용지원금 등 국고지원사업 예산횡령을 전문적으로 알선해주는 브로커들이 암약하고 있다는 개탄이 나올 정도다. 예산집행 현장의 비리를 방치한 결과 당당하게 국민세금을 도둑질하는 민생적폐가 우리 사회 곳곳에 암세포처럼 번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현 정부는 복지분야 세원확보를 위해서는 증세도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이 납부한 세금을 지키지 못하면서 납세부담의 확대를 거론하는 것은 순서가 바뀐 요구다. 이제는 권력적폐 청산 만큼이나 국민세금을 좀먹는 민생적폐 청산에 국가 공권력을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