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해 전만 해도 낯설었던 단어인 미세먼지가 이제 우리 사회의 주요 키워드가 됐다.
아침에 일어나 스마트폰을 통해 미세먼지 농도부터 확인하는 게 도시인의 일상이기도 하다. 미세먼지가 심각해지자 교실 및 사무공간을 위한 공기청정기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실내 미세먼지는 공기청정기로 해결한다지만, 실외로 나가면 마스크 하나에 의지해야 한다. 청명한 가을 하늘이 반갑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마냥 가을 나들이가 신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실외 미세먼지 문제에 과감히 도전하는 스타트업이 있어서 화제다.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경기도 대학생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해 실외 미세먼지 저감 벤치를 만드는 기업 '애프터레인'이 그 주인공이다.
■ 아이를 위해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직장 맘의 도전
= 애프터레인을 창업한 이윤희 대표는 직장을 다니는 평범한 아이의 엄마였다.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주고 싶은 게 작은 소망 중 하나였다.
그러던 중 아이가 소아에서 발생하는 원인 불명의 급성 열성 혈관염인 '가와사키 병'에 걸리는 시련을 겪었고 의료진으로부터 '미세먼지'가 원인일수 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는 치료를 통해 호전됐지만, 이 대표는 가족을 공격한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알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자신의 숙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 온 뒤의 상쾌함 같은 공기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기업명을 애프터레인으로 짓고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미세먼지 발생을 단기적으로 줄이기 어려운 만큼, 바깥바람이라도 편하게 쉴 수 있는 대안을 만들자는 게 그의 목표였다.
■ 발상의 전환, 실외공기를 바꾸다
= 실외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노력들이 국내외에서 있었지만 큰 효과를 볼 수 없었다.
100m급 대형 공기정화 탑 등은 많은 양의 공기를 정화해 대기로 내보내는 것인데, 아무리 많은 양을 정화한다 하더라도 무한에 가까운 전체 대기를 정화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애프터레인은 기존의 방법에 의심을 품고 발상의 전환을 했다. 사람이 활동하는 공간은 매우 한정적이며, 활동하는 공간에 한해 공기를 정화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개발한 것이 실외 미세먼지 대피소의 개념인 '애프터레인 벤치'다. 도심 속에 작은 숲을 활용한 벤치를 만들고, 이를 일종의 대피소 개념으로 활용한 것이다.
공기정화 식물을 활용한 공간에 스마트가드닝 시스템을 적용, 미세먼지 상황에서도 맑은 공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해내는 데 성공했다.
■ 기존 숲의 100배 가치를 하는 도심 숲이 생겼다
= 서울 마포구에서 시범 운영중인 애프터레인 벤치는 공기정화식물 324본과 깃털이끼를 이용해 상시 친환경적으로 대기오염물질을 흡수하고 있다.
레이저 센서로 주변 공기 질을 확인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환경이 되면 자동으로 공기정화 기능이 작동돼 깨끗한 공기를 앉아 있는 사람 쪽으로 보내게 된다.
애프터레인 벤치는 공기정화기 가동 시 4만1천472㎥의 공기를 정화하며, 식재된 공기정화식물과 함께 나무 105그루의 작은 숲과 같은 공기정화효과를 만들어 낸다.
이는 땅값이 높은 도심지에서 3㎡의 면적만 차지하는 미세먼지 저감 벤치가 315㎡의 숲을 대체하는 것과 같다. 이 벤치에는 4대의 스마트폰 무선충전과 무료 와이파이 기능을 제공하는 디지털 친환경 휴식공간 기능도 병행해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애프터레인 벤치가 도심 곳곳에 보급되면, 도심 미세먼지가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효과를 낳게 된다. 이윤희 대표는 "새로운 시도에 많은 저항과 어려움이 있겠지만, 우리의 아이들과 가족들이 마음 놓고 숨 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태성기자 mr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