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첫날 혼란 없지만 잇단 발길
부부소득 1억원 이하만 신규 보증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원천차단
직장인 최모(33)씨는 15일 전세 자금을 대출받기 위해 수원의 한 시중은행을 방문했다가 이내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부모님이 계신 서울의 아파트가 본인 명의로 돼 있어 1주택자에 해당하던 최씨는 바뀐 대책으로 인해 까다로운 대출승인 절차를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기존 전세자금대출은 소득이나 주택 소유 여부와는 관계없이 대출이 진행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부터는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담은 9·13부동산 대책 강화 방안에 따라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소득과 주택 보유 여부 등을 증명하는 서류를 내야 한다.
최씨는 "실수요자의 입장에서 보면 정부의 이번 방침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대출 한도가 줄지는 않겠지만 절차가 까다로워져 대출 과정이 더 길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9·13 대책을 통해 발표된 전세보증 요건 강화 방안이 이날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전세자금이 필요한 1주택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SGI) 등 보증 3사는 이날부터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게 전세자금대출 신규 보증을 차단했다.
또 1주택자의 경우 부부 합산 소득 1억원 이하인 세대에만 공급한다. 단 민간보증사인 SGI는 소득 제한 없이 전세보증을 공급하기로 했다.
1주택자인 권모(45)씨는 "주택을 한 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직장 문제로 이사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소득이 높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며 "투기 목적이 아닌 실수요 목적임에도 대출 규제가 들어가 아쉽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날 시중은행 창구에선 큰 혼란은 없었지만,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아파트 집단 대출 총량 관리를 강화키로 해 혹여 대출이 막힐까 우려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