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대 국회 때 16년 만에 부활된 국정감사는 일정기간을 정해 놓고 정부와 공공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한국에 유일한 제도다. 따라서 수박 겉핥기식 국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국감무용론도 대두되는 등 매년 국감의 문제점과 개선책이 나오고 있으나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번 국감도 지금까지의 행태로 미루어볼 때 국감 본연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일부 상임위에서 질문 주제와 무관한 벵갈 고양이가 등장하질 않나, 정부의 정책을 비판한다면서 '어처구니'가 없는 맷돌을 가져와서 시선을 끌려는 구태의연한 모습들이 여지없이 재연됐다. 또한 자유한국당은 유은혜 장관의 임명 과정을 문제삼아 지난 대정부질문 때 보여줬던 자격시비로 일관해 여야의 공방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중반에 접어든 국감이 본연의 기능을 찾기 위해서는 국내외적인 현안과 이슈에 집중하여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본래 국감은 지난 해의 국가 정책과 예산을 꼼꼼히 따져봄으로써 정부의 그릇된 정책과 예산집행의 책임을 묻고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다음 해의 예산 수립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더구나 어느 때보다도 국내외적인 대형 이슈가 산적해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정책, 교육 정책, 부동산 정책 등 어느 하나 국민생활과 직결되지 않는 문제가 없다. 이러한 의제들에 대해 여야의 정책적 접점이 거의 없어 상임위별 국감 파행의 가능성조차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당은 정부 정책의 홍보나 옹호에 급급하고, 야당은 정책에 대한 객관적 평가보다는 정치공세로 일관하면서 국감을 정쟁화 시켜온 측면이 강하다. 물론 국감에서 정치적 공방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한건주의나 튀는 행동으로 언론의 관심을 끌려는 얄팍한 행동은 물론 정치적 이슈를 쟁점화 시키는 행태는 국감무용론을 강화시킬 뿐이다.

국감의 정쟁적 요소와 피감기관의 무성의한 태도 등을 지양하기 위해서는 상시국감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여당은 여권의 일각이라는 생각을 접고 입법부의 일원으로서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과 대안제시를 통해 집권당의 체통을 세워야 한다. 야당도 정부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보다 국민의 편에 서서 행정부를 견제하는 본연의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