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신 내준 응급의료비를 고의로 갚지 않는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평화당 장정숙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응급대지급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응급환자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을 막고자 1995년부터 '응급의료비 미수금 대지급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급성의식장애, 급성 호흡곤란, 중독, 급성대사장애, 개복수술이 필요한 급성복통, 화상, 다발성 외상 등 응급환자를 진료했으나 돈을 받지 못한 병원에 정부가 진료비를 대신 내주고, 나중에 상환 의무자에게 돌려받는 제도다. 응급환자가 응급실 원무과를 통해 '응급진료비 미납 확인서'를 작성해 신청하면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이 제도를 통해 2008년부터 2018년 8월 현재까지 최근 10년간 정부가 응급환자 대신 응급의료비를 지불한 건수와 금액은 7만363건, 332억9천3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 중에서 환자로부터 돌려받은 건수와 금액은 1만5천923건, 29억1천600만원으로 상환율(금액 기준)은 8.76%에 그쳤다.

특히 미상환 금액 중에서 소멸시효(3년)가 완성됐거나 징수 가능성이 없다고 판정돼 결손처분 함으로써 영원히 받을 수 없게 된 건수와 금액은 4만8천744건, 256억7천800만원에 이르렀다.

장 의원은 "더 큰 문제는 상환능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고의로 체납하는 사례도 상당히 많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8년부터 올해 8월까지 미상환자 1만7천593명을 상대로 심평원이 소득명세 실태조사를 해보니, 8.1%인 1천428명은 본인이나 상환 의무자(부양가족)의 납부능력이 충분한 것으로 파악됐다.

상환 의무자는 환자 본인, 배우자, 1촌 이내의 직계 혈족과 그 배우자 등이다.

심평원은 상환율을 높이고자 미상환자 중 월 9만원 이상 건강보험료 납부자와 월 9만원 미만 납부자 중에서도 대지급금이 500만원 이상인 사람에 대해서는 지급명령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있지만, 실적은 미미하다.

장 의원은 "납부능력이 충분한 사람들에게 대납한 의료비를 제대로 징수하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복지재정이 누수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