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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하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연합뉴스

박근혜 정부의 압박으로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이 정치권에서 제기돼 눈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5년 5월 24일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수첩에 '성장률 저하, 재정 역할, 금리 인하, 한국은행 총재'라고 적고 18일 뒤인 6월 11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인하했다"고 밝혔다.

이듬해인 4월 27일에는 안종범 수첩에는 '구조조정 원칙과 방향, 양적 완화', 4월 29일에는 '한은 총재', 4월 30일에는 '한은'이라고 적혔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총선 공약으로 '한국판 양적 완화'를 주력으로 밀고 있을 때다. 이후 40여일 뒤인 지난 2016년 6월 9일 한은은 금리를 1.50%에서 1.25%로 내렸다.

박 의원은 지난 2014년 한은이 금리인하를 시작할 당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첩에서 비슷한 취지의 메모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4년 8월 14일 김 전 수석 수첩에는 '금리 인하 0.25%↓→한은은 독립성에만 집착'이라는 내용이 적혔다.

박 의원은 이를 놓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압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꼬집었다.

한은은 당일인 지난 2014년 8월 14일 기준금리를 2.50%에서 2.25%로 0.25%p 인하했고 2015년 6월까지 10개월 사이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50%까지 떨어뜨렸다.

당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척하면 척' 발언이 나온 때이기도 하다는 주장이다.

김 전 수석 메모가 적힌 한 달 뒤인 지난 2014년 9월 21일 최경환 전 부총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이후 이주열 한은 총재와 '와인 회동'을 했다면서 "와인을 먹으면 다 하는 것 아니냐. 금리의 '금'자 얘기도 안 했지만 '척하면 척'"이라고 말하며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추가 인하를 기대하는 듯한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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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영선 의원실 제공


이밖에 지난 2014년 7월 10일과 7월 15일 안종범 수첩에 'LTV-DTI, 가계부채' 등이 언급된 뒤 다음 달인 2014년 8월 정부는 담보인정비율(LTV)은 70%로, 총부채상환비율(DTI)은 60%로 풀어주는 등 부동산 시장의 인위적인 부양을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박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인기를 의식해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한은을 대상으로 끊임없이 금리 인하 압박을 가했다며 "한은은 이러한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금리를 인하해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박근혜 정권, 최경환 전 부총리의 당시 인위적인 금리 인하로 한국경제는 구조조정도 실기하고 좀비기업을 양산하게 됐으며 이는 정책범죄"라며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