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으로 촉발된 공공기관 채용특혜 국정조사를 놓고 여야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의 국조 요구 협공에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가세하면서 여야의 힘겨루기가 격화할 기세다.
한국당, 바른미래당, 평화당 등 야3당은 지난 22일 오전 고용세습 의혹에 대한 국조요구서를 제출했다.
오후에는 정의당이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에 관한 국조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민주당을 뺀 야 4당이 모두 공공기관 채용 비리와 관련한 국조 요구에 동참한 거다.
민주당 입장에선 그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우호세력으로 분류된 평화당과 정의당마저 국조 요구에 동참하자 그야말로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진 셈이다.
정치권에선 고용악화 상황에서 일자리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터져 나온 고용세습 논란에 야4당이 일제히 국조를 요구했다는 점이 민주당으로선 더 아플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까지 평화당과 정의당이 고용세습 논란과 관련해 문재인정부를 향해서만 날을 세우는 한국당 등과는 온도차를 보여 야권이 단일대오를 형성할지는 미지수다.
평화당은 '공공기관 비리는 현 정권의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라는 입장이며, 정의당은 한국당 의원이 연루된 강원랜드 채용 비리,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에 대한 국조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야권의 공조 성사와 별개로 야 4당이 공공기관 채용 비리 의혹을 파헤칠 국조의 필요성에 뜻을 모았다는 점만으로도 민주당이 사실상 '국조 불가'의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그동안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논란을 계기로 공공기관 채용 비리 의혹으로 공세를 확대하자 '아니면 말고 식'의 정치공세를 중단하라며 방어막을 펴는 데 주력했다.
채용 비리 자체는 뿌리 뽑아야 할 적폐라고 강조했지만, 감사원 감사 후 필요하면 국조를 해야 한다며 현시점에서의 국조에는 난색을 보여 왔다.
국회법상 국조는 재적 의원 4분의 1 이상이 요구하고 본회의에서 과반이 의결하면 할 수 있다.
본회의 안건에 오르려면 여야 합의가 필요해 민주당의 동의 없는 국조는 현실화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아직 특별한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여론 동향은 물론이고 정기국회 예산 정국을 앞두고 야권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선 양보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청년실업 등 고용지표가 나쁜 상태에서 고용세습 논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정국 주도권을 야권에 통째로 넘길 수 있다는 점도 민주당의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우군으로 불린 평화당, 정의당마저 국조 문제를 고리로 등 돌리면 소수 여당으로서 예산 정국을 뚫고 나갈 동력 확보가 어렵다는 현실론도 민주당의 발목을 잡는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국조 실시 여부 문제를 국감을 끝내고 재논의하자고 밝힌 것도 이런 현실적 고민이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 후 기자들에게 "일단 국감이 진행 중이므로 국감 결과를 보고 필요하면 다시 논의하자고 정리했다"며 "국감이 며칠 더 남았으니 야당이 충분히 더 문제를 제기할 것이고, 정말 필요하다면 우리도 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조속히 국조를 해야 한다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미명하에 이뤄진 채용 비리와 고용세습 실태에 대해 더 이상 민주당이 시간 끌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