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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 6월12일 싱가포르의 센토사 섬에서 회동한 트럼프와 김정일. /워싱턴DC AP=연합뉴스

10월이 닷새밖에 남지 않았지만, 남북이 평양공동선언 이행 차원에서 10월 하순으로 합의한 일정들이 아직 구체화하지 않고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길목에 선 북한이 고위급회담과 실무협상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주지 않으며 미국과의 '밀고당기기'에 주력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 남북 일정 중 일부는 다음 달로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북이 10월 하순에 하기로 합의한 일정 중 대표적인 것은 경의선 철도 현지공동조사다.

'연내 착공식'이라는 평양공동선언 내 합의사항을 지난 15일 고위급회담에서 '11월말∼12월초 착공식'과 '10월 하순 경의선·11월 초 동해선 철도 현지공동조사'로 구체화한 것이다.

남북은 이번주 후반 경의선 철도 공동조사를 시작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군사분계선 통과를 위한 유엔군사령부와의 협의 등이 먼저 마무리돼야 하는 상황이라 아직은 공동조사 날짜를 확정하지 못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26일 "(공동조사) 일정이 확정된 바 없으며 현재 북측 및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면서 "관련 준비가 완료되면 유엔사의 협조를 거쳐 북측 구간 현지 공동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각 10월 하순과 10월 말로 대략적 시기가 합의된 보건의료 분과회담과 체육회담도 아직 구체적 날짜가 잡히지 않았다.

평양공동선언에 '10월 중'으로 명시된 북한 예술단의 서울 공연도 지금까지 일정 등이 정해지지 않아 이달 중 개최가 어려운 형편이다.

이처럼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의 구체 일정들이 확정되지 않는 데는 미국과의 협상에 주력하느라 남북 일정에 인력을 투입하기 어려운 북측의 사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협상의 입구에서 미국 측에 고위급회담이나 실무협상에 대한 답을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구체적으로 연결할 중대 고비가 될 가능성이 큰 만큼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가기 위한 나름의 전략 마련에 골몰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또 사안마다 최고지도자의 결정과 판단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고 남북관계를 다뤄왔던 통일전선부가 김영철 부장을 필두로 북미관계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어서 남북과 북미 사안을 한꺼번에 진행해 나가기 쉽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당국자는 "북미 간에 고위급회담 등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 일정을 동시에 진행해가는 것이 북측에 버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5일 고위급회담에서 남북이 각종 실무회담 등의 일정을 잡으면서 명확한 날짜 대신 '10월 하순', '11월 중' 등으로 대략적 시기만 명시한 데에는 이같은 상황을 감안한 북측의 요청도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의 협의도 변수다.

남측 인원과 열차를 이용한 경의선 철도 현지공동조사의 경우 지난 8월 유엔사의 통행계획 불허로 무산된 바 있기 때문에 이번 남북의 공동조사 계획에 미국이 최종적으로 어떤 입장을 보일지가 관건이다.

북미 간에 고위급회담 및 실무협상 일정이 정해지지 않고 논의가 주춤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공동조사 일정에 여파가 있을 수 있다. 미국은 비핵화와 남북관계 진전이 같이 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평양공동선언 이행과는 별개로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방북해 공단 시설을 점검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남북은 31일부터 사흘 일정을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기업인들의 개성공단 방문이 공단 재개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공단 가동 중단 이후 첫 시설점검용 방문이라는 점에서 재개 준비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핵화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하겠다는 미국 역시 이같은 상황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